2
부산메디클럽

[김용석의 시사탐방]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김용석 철학자

  • 김용석 철학자
  •  |   입력 : 2023-10-12 19:28:2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주 내내 각 부문별 노벨상 발표가 있었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수여하는 경제학상이 발표되었다. 이 ‘연례행사’에 호명된 사람은 그 업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꽤 많은 상금도 받는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연례행사에 유감이 있는 듯하다.

유감(遺憾)이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개운치 아니한 느낌은 건강에 좋지 않은데, ‘올해도 그냥 넘어갔구먼’ 같은 섭섭함이나 ‘이번 문학상은 우리 작가가 받을 만한데’ 같은 불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년 ‘노벨상 유감’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은 오히려 이런 ‘노벨상 콤플렉스’가 유감이라서 그 상에 집착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그래서 노벨상이 우연히 제정되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1888년 알프레드 노벨의 형이 죽자 상당수 신문이 “죽음의 상인, 마침내 죽다”라며 알프레드가 죽은 걸로 오보를 냈는데, 다이너마이트로 크게 돈을 번 그는 장차 자신이 그렇게 기억될까 봐 서둘러 노벨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보를 낸 건 실제 사건이겠지만, 그것이 결정적 계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노벨상 연례행사에 연례적으로 유감만 표할 게 아니라, 그것을 철저한 반성의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특히 과학상과 연관하여 우리나라 과학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기초과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하며, 젊은 과학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연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이 한다.

그런데 노벨상에 대해 이런 특별한 유감이 원래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필자의 학창 시절인 1960~1970년대에는 이 정도로 관심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말의 경제 위기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국력이 신장되었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각별히 커졌던 것 같다.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도 하나의 계기였던 것 같다. 국력에 걸맞은 평가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 싶다. 그 평가 기준이 굳이 노벨상일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국제적으로 갖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으리라.

노벨상이 상인 이상 그 공정성에는 시시비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벨상은 1901년부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년 시상되었기 때문에, 상을 받은 수백 명의 학자 작가 정치인 시민운동가 국제기구 등이 지난 120여 년 동안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관점을 시사한다. 노벨상은 받기 위해 있기도 하지만, 공부하기 위해서도 있다. 사람들은 이 ‘사소한’ 차원을 간과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자면 이렇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나는 노벨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다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이 190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오이켄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는데, 이를 계기로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나아가 철학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를 찾아보았는데, 오이켄 이후로 세 명의 철학자가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27년 앙리 베르그손, 1950년 버트런드 러셀, 1964년 장 폴 사르트르가 그들이다. 사르트르는 문학 저술로도 유명한데, “작가가 제도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상을 ‘정중히’ 거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1957년에 수상 이유로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탁월한 철학사상이 언급된 알베르 카뮈를 들 수 있다.

나는 이들의 사상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벨상에 대해 공부하다 이들의 저서를 섭렵하게 되었다. 베르그손은 내가 ‘열린 사회’ 이론을 정교히 구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러셀은 수학과 논리학뿐만 아니라 대중을 위한 철학 저술에도 힘썼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문장을 여기 적어본다. “철학적 사색은 우주를 두 적대 진영, 곧 동지와 적, 우호와 반목, 선과 악으로 가르지 않고 전체를 공평하게 본다.” 그러므로 사색은 “행위와 감정의 대상도 확대시켜 우리를 우주의 시민이 되게 한다”고 했다. 사르트르의 희곡 ‘더러운 손’은 정치행위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룰 때 핵심 화두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도 공부에 참고하는 작품이다. 삶의 모순과 부조리를 대할 때 카뮈의 철학에세이 ‘시지프 신화’는 다시금 사유의 동반자가 된다.

주절주절 내 개인적 경험을 나열한 이유는 공부가 대상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리·화학· 생리의학상의 관점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사를 담담히 살펴볼 수도 있다. 노벨상을 비판적으로 활용해서 공부하고 교육하는 일은 자라나는 세대에게도 다방면으로 도움이 된다. 이에 언론 매체도 참여할 수 있다. 노벨상이 연례행사를 치를 때마다 인류의 현대사를 수상 분야별 업적의 내용이란 관점에서 해설하는 특집을 기획할 수도 있다. 상은 때가 되면 타는 것이고, 상을 활용하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최일선’ 치안센터, 부산 절반 넘게 없앤다
  2. 2故김민기, 학전서 마지막 인사
  3. 3북항재개발 민간특혜 의혹…늘어지는 檢 수사 뒷말 무성
  4. 4다대 한진중 개발사업 매각설…시행사 “사실무근”
  5. 5이 곳을 보지 않은 자 '황홀'을 말하지 말라
  6. 6반나절 앞도 못내다본 기상청…부산·경남 심야폭우 화들짝
  7. 7구포역 도시재생 핵심인데…새 게스트하우스 ‘개점휴업’
  8. 8이재성 “온라인게임 해봤나” 변성완 “기술자 뽑는 자리냐”
  9. 9인사 안한 이진숙…최민희 과방위원장 “저와 싸우려 하면 안 돼” 귓속말 경고
  10. 10[근교산&그너머] <1390> 완도 신지도 ‘명사갯길’
  1. 1이재성 “온라인게임 해봤나” 변성완 “기술자 뽑는 자리냐”
  2. 2인사 안한 이진숙…최민희 과방위원장 “저와 싸우려 하면 안 돼” 귓속말 경고
  3. 3韓 일정 첫날 ‘尹과 회동’…당정관계 변화의 물꼬 틔우나
  4. 4대통령실 경내에도 떨어진 北오물풍선…벌써 10번째 살포
  5. 5野, 한동훈특검법 국회 상정…韓대표 의혹 겨냥 ‘파상공세’
  6. 6국힘 새 대표 한동훈 “당원·국민 변화 택했다”
  7. 7‘어대한’ 벽 깨지 못한 친윤계 ‘배신자 프레임’
  8. 8‘민주당 해산’ 6만, ‘정청래 해임’ 7만…정쟁창구 된 국민청원
  9. 9與 신임 최고위원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10. 10당내 분열 수습, 용산과 관계 재정립…풀어야 할 숙제 산적
  1. 1다대 한진중 개발사업 매각설…시행사 “사실무근”
  2. 2영도 청년인구 늘리기 프로젝트
  3. 3부산상의 씽크탱크 ‘33인의 정책자문단’
  4. 4위메프·티몬 정산지연…소비자 피해 ‘눈덩이’
  5. 5‘에어부산 존치’ TF 첫 회의 “지역사회 한목소리 내야”
  6. 6잇단 금감원 제재 리스크에…BNK “건전성 강화로 돌파”
  7. 7못 믿을 금융권 자정 기능…편법대출 의심사례 등 수두룩
  8. 8주가지수- 2024년 7월 24일
  9. 9[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세련된 게이밍 노트북' 오멘14 슬림 리뷰
  10. 10협성르네상스 브랜드 잠정 폐업
  1. 1‘최일선’ 치안센터, 부산 절반 넘게 없앤다
  2. 2북항재개발 민간특혜 의혹…늘어지는 檢 수사 뒷말 무성
  3. 3반나절 앞도 못내다본 기상청…부산·경남 심야폭우 화들짝
  4. 4구포역 도시재생 핵심인데…새 게스트하우스 ‘개점휴업’
  5. 5대저대교·장낙대교 건설, 마침내 국가유산청 승인 났다
  6. 6세수 메우려 치안센터 50곳 매각? 일선 경찰도 반대 목소리
  7. 7“부산 실버산업 키워 청년·노인 통합 일자리 창출”
  8. 8김해 화포천 복원지연…람사르 등록 차질
  9. 9부산 다문화·탈북 고교생 맞춤 대입설명회 열린다
  10. 10학폭 피해 학생 40%, 쌍방신고 당했다
  1. 1사직 아이돌 윤동희 2시즌 연속 100안타 돌파
  2. 2단체전 금메달은 물론 한국 여자 에페 첫 우승 노린다
  3. 3부산예술대 풋살장 3개면 개장
  4. 4‘팀 코리아’ 25일부터 양궁·여자 핸드볼 경기
  5. 5부산스포츠과학센터 ‘영재 육성’ 주체로
  6. 6남북 탁구 한 공간서 ‘메달 담금질’ 묘한 장면
  7. 7부산아이파크 유소녀 축구팀 창단…국내 프로구단 첫 초등·중등부 운영
  8. 8마산용마고 포항서 우승 재도전
  9. 9남자 단체전·혼복 2개 종목 출전…메달 꼭 따겠다
  10. 10부산항만공사 조정부 전원 메달 쾌거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구의 양의 되먹임 현상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허치슨터미널,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도전하다
AI의 일상화와 창작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언제까지 두바이를 부러워만 할 건가
좋은 사람 되기
도청도설 [전체보기]
아빠찬스
청문회장의 연예인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 키우기 1원칙 ‘운동’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사설 [전체보기]
2차 공공기관 이전 여야 공감대…이젠 속도 높이자
부산시 마을건강센터 운영비 지원 중단 타당한가
세상읽기 [전체보기]
아르테미스
7월은 산업안전보건의 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그린스마트도시 원형, 중세 개경의 정원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헌의 ‘밥이 하늘이다’
‘꽃피는 부산항’에서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