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치질이 가른 나폴레옹과 유럽의 운명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   입력 : 2023-09-25 19:50:0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워털루 결전은 영국 연합군과 프로이센군이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로 프랑스의 20년 지배를 종식시켰으며 19세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프로이센과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영국은 ‘팍스 브리태니커’시대를 열었다. 전광석화의 군사적 천재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 장군은 우직하고 끈질긴 지휘관이었고 영웅이 됐다.

그림= 서상균 기자
나폴레옹은 잠이 적다고 알려졌으나 기록은 다르다. 통상 하루 8시간씩 충분히 수면을 취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구술(口述)로 하루 평균 15통의 명령을 내렸다. 그는 아침에 집중적으로 일을 했다. 운명의 그날, 나폴레옹은 벨기에 브뤼셀 근교의 작은 마을 워털루에 차려진 지휘소에서 5시경 일어났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을 때까지 4시간 동안 그는 평소와 달랐다. 여러 증언과 기록을 통해 그는 치질과 방광염으로 인한 통증과 고열로 고생했다고 전해졌다. 고통을 호소한 나폴레옹에게 의사는 아편을 처방했고 약 기운에서 덜 깬 영향으로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전투 지휘를 하는 동안에 수차례 멍한 모습을 보였다.

참모장이 프로이센 군대를 추적하기 위해 엉뚱한 방향으로 진군하던 글로시 원수의 3만3000명 병력을 돌아오게 하자 건의했지만 나폴레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참모가 영국 보병을 측면이나 후방으로 공격하는 우회 전술을 건의했을 때도 비웃는 듯 엉뚱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 또한 그의 동생 제롬이 웰링턴의 영국군과 블뤼훼의 프로이센 군대가 합류하기로 약속했다는 정보를 전했지만 그것도 듣지 않았다.

지리적 위치, 날씨 탓도 있었으나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한 것이 치질 영향이 있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패전의 원인을 부하 탓으로 돌렸다. 프로이센군의 합류와 반격을 예상치 못했고 그의 주력 부대를 엉뚱한 방향으로 진군시켜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다. 전투 지휘를 하는 동안 거동이 불편해 말을 탈 수도 없었다. 여러 불리한 전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그는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탁월한 군사적 전략과 정치적 역량으로 위세를 떨치던 나폴레옹이 치질의 숨은 고통으로 전투 패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과거 기록에 근거해 기정사실로 인지된다. 나폴레옹의 무리한 전투 지휘와 글로시 원수의 바보 같은 판단이 겹쳐져 전세는 미궁에 빠졌고 이때 프로이센군의 주력이 웰링턴 군대에 합류하면서 결국 프랑스군은 크게 패전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황제근위대는 다급히 그를 호위해 파리로 달아났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약 13%가 치질로 고생한다고 알려졌만 통상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치질 증상을 경험한다. 치질 발생의 위해요소는 변비와 과체중이다. 치핵은 발생 위치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내치핵은 대개 증상이 없지만 2기 이상이 되면 과다 출혈이 발생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붓기, 뒤 무직함, 불편함, 통증은 물론이고 작렬감이나 가려움 증상을 동반한다. 치질조직의 혈관이 터져 핏덩이를 만드는 것을 혈전이라 하고 이는 통증이나 염증을 수반한다. 치핵이 항문 밖으로 탈출해 원위치로 들어가지 않는 상황을 감돈(嵌頓)이라 한다. 이를 방치하면 조직 괴사가 진행되고 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나쁜 세균이 번식해서 근육과 근육을 싸고 있는 막까지 썩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마취의 발달과 함께 수술을 통해 인간이 치질의 고통에서 해방 가능한 시기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합병증이 동반된 심한 치질은 인간에 큰 고통을 준다. 나폴레옹의 치질이 얼마나 심했는지 기록이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염증과 통증을 동반한 복잡 치질로 인해 일상 행동에 큰 지장이 있었다고 기록됐다. 워털루전쟁 때 그에게 치질이 악화되지 않았다면 말을 타고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면서 천재적 전투 지휘를 통해 큰 승리를 이루었을 나폴레옹과 프랑스, 웰링턴과 영국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물 의심 신고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운행 중단
  2. 2여름철 부산 소울푸드 '이것', 잘못 걸리면 병원 신세?
  3. 3원자재 급등에 부산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비 52%↑…준공도 밀려
  4. 4부산진구 단독주택서 화재...60대 남성 숨져
  5. 5오후부터 소나기...당분간 낮 기온 30도 이상
  6. 6"2000년 이후 17개 폐교대학 모두 지방대…정부지원 무색"
  7. 7울산 남구 오존주의보 발령...실외활동 자제해야
  8. 8기름값 떨어졌지만…유가 상승에 향후 오름세 전환 가능성
  9. 9[날씨 칼럼]여름철 집중호우, 제대로 알고 대비하자
  10. 10국가유산 피해 7건으로 증가...부안 지진 피해 500건 넘어
  1. 1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최인호·이재성 등 다자구도
  2. 2북한 ‘오물 풍선’ 경남서도 발견…1600개 살포 추정
  3. 3韓中 대화, 푸틴 방북…내주 한반도서 치열한 외교 전망
  4. 4野, 김건희특검·방송3법 당론 재추진…‘반쪽 국회’ 가속 페달
  5. 5[뭐라노-이거아나] 대북확성기
  6. 6與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野 ‘대북송금 특검법’ 맞불 구성
  7. 7국힘 대표 ‘당원 80% 국민 20%’로 선출
  8. 8‘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9. 9이성권(사하갑) 의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조속 추진 요청
  10. 10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1. 1"2000년 이후 17개 폐교대학 모두 지방대…정부지원 무색"
  2. 2기름값 떨어졌지만…유가 상승에 향후 오름세 전환 가능성
  3. 3‘물 만난’ 롯데월드·롯데워터파크…시원한 워터 이벤트 쏟아진다
  4. 4냉감 침구류서 가전·과일까지 불티…유통가 더위 특수
  5. 5부산 아파트 전세가마저 하락
  6. 6용량 줄여놓고 가격 그대로…‘꼼수 인상’ 제품 33개 적발(종합)
  7. 7쿠팡 1400억 과징금에…부산센터 20일 기공식 취소
  8. 8에코델타 11블록 사업 급물살
  9. 9분산에너지법 시행…특화지역 지정 박차(종합)
  10. 10친환경 연료 운송에 대기업·해운協 대립
  1. 1폭발물 의심 신고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운행 중단
  2. 2원자재 급등에 부산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비 52%↑…준공도 밀려
  3. 3부산진구 단독주택서 화재...60대 남성 숨져
  4. 4오후부터 소나기...당분간 낮 기온 30도 이상
  5. 5울산 남구 오존주의보 발령...실외활동 자제해야
  6. 6[날씨 칼럼]여름철 집중호우, 제대로 알고 대비하자
  7. 7국가유산 피해 7건으로 증가...부안 지진 피해 500건 넘어
  8. 8일반 건축물을 국가유산으로 착각… 전북 지진 피해 잘못 집계
  9. 9“폭발물 발견 안돼”… 부산 도시철도 폭발물 의심 신고로 운행 차질
  10. 10의정 갈등 장기화 속 의협-대전협 '불화'
  1. 1한국 챔피언 KCC의 수모…FIBA 아시아리그 예선 탈락
  2. 2김영범 파리행 좌절 아쉬움, 한국 신기록으로 달래
  3. 3나달·알카라스 스페인 올림픽 대표 선발…세대 뛰어넘은 최강 테니스 복식조 탄생
  4. 4최형우 통산 역대 최다루타 1위 등극
  5. 5뮌헨 일본 이토 영입 추진…김민재와 주전경쟁 예고
  6. 6‘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7. 7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8. 8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9. 9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10. 10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크 콘서트
스페이스 광개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때 이른 더위에 긴 여름 더 걱정…폭염대책 빈틈없어야
부산 의대 교수들도 휴진 결의,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