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제20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가 열렸다. 조선해양의 날은 선박수주 1000만 t을 돌파한 1997년 9월 15일을 기념해 ‘조선의 날’을 제정하고 2004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하며, 2011년부터 ‘조선해양의 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최근 세계적 조선시황이 개선됨에 따라 우리 주력산업이자 수출효자산업인 조선이 3사 위주로 13년 만에 최대수주량을 달성했다고 하니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견고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첨단기술로 일정한 수주량은 유지하나, 일손 부족으로 납기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틈새를 타고 중국이 바짝 추격 중이다.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조선산업은 올들어 7개월간 건조량은 세계 45%, 신규 수주량은 74%, 수주잔량은 47%를 각각 차지해 3대 지표 모두 세계 1위고, 중국 74개 주요 조선기업 매출도 전년 대비 27%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무역량 증가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금융지원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따라서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함께 중소조선 및 기자재업계 등이 원팀으로 역량을 집중해 조선산업의 재도약과 함께 오랫동안 우위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임과 동시에 전·후방 산업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특히 후방산업인 조선기자재산업의 근접지 공급 및 경쟁력이 뒷받침돼야만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소와 조선기자재산업의 상생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조선산업 태동기인 1980년대에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조선소 구매담당 임원들로 ‘조선기자재 국산화 위원회’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 이미 조선기자재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2008년 조선업 부진이 시작되기 전까지 조선산업 성장과 함께 기자재산업을 급속히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조선 선진국을 일궜다.
현재 조선업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어, 친환경 선박과 고부가가치 선박 등 신규 선박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불안한 소식이 들려 걱정이다. 한국 조선소에서 단순한 가격비교만으로 중국산 기자재를 구매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은 편할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자재산업을 고사시켜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우리나라 조선소의 경쟁력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조선소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크의 이용회전율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선박건조에 필요한 기자재를 낱개 품목이 아닌 모듈이나 시스템 단위로 발주해야 하기에, 어느 부품하나라도 국내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온전한 시스템 구성을 못해 전체 기자재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 즉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민적 인식과 장기적인 측면에서 산업경쟁력을 생각하면 쉽게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다. 이미 선도적인 중형조선소와 선박추진기를 제조하는 조선기자재기업 간에 중형선박용 고효율 에너지절감형 추진기최적화 기술개발, LNG 운반선용 고압펌프 개발 등은 대표적인 상생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대·중소 상생협력모델을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조선산업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기금조성’을 제안한다. 기금조성 방법은 조선소와 기자재기업이 일정 구좌를 매입하고, 정부에서도 일부 자금을 출연해 기금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조성된 기금은 자양분이 되어 국내 조선소와 기자재기업간의 공동 기술 및 제품개발과 실증사업수행 지원, 조선기자재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등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기자재산업의 생존 없이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적 사이클을 갖는 조선산업에서 지금의 호황기에 조선소와 조선기자재기업의 상생협력은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고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새로운 재도약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임을 꼭 명심하고, 실기해서는 안 된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원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