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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서울로 간 아들딸

이상엽 부산연구원 미래혁신경제센터장

  • 이상엽 부산연구원 미래혁신경제센터장
  •  |   입력 : 2023-09-18 19:37:3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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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청운의 꿈을 안고 많은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향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당연히 서울이다. 그러나 이들이 향한 곳은 비단 서울만은 아니었다. 부산 대구 광주와 같은 지방 대도시뿐만 아니라 창원 구미 포항 여수와 같은 공업도시로도 향했다. 이처럼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의 집중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지방의 대도시와 공업도시도 팽창하고 발전했던 것이다.

주목할 것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최상위 몇몇 대학교를 제외한 여타 대학과 버금가거나 넘어서는 입학 성적을 자랑하던 지방의 거점대학과 명문 사립대학이 있었다는 것이다. 권역의 인재들이 모여들고 졸업 후 지역이나 인근 지역에 취업을 하면서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창원의 기계산업이나 구미의 전자산업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부산대와 경북대 같은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부산의 인구는 줄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젊은 아들딸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작년 부산에서 타지역으로 빠져나간 순이동 인구가 약 1만 4000명이다. 이 중 서울로 이동한 인구가 약 7900명으로 58.1%에 이르고, 20대가 약 6000명으로 76.4%이다. 30대까지 합치면 서울로 빠져나간 부산 인구 중 85% 내외가 20~30대 청년층인 것이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가 심화되다 보니 학교 역량과 상관없이 지방대학은 후순위로 밀리게 되어 흔히 말하는 ‘인서울’ 대학 진학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0년 기준 수도권의 GRDP 비중이 52.8%, 총고정자본투자 비중이 47.6%에 이를 정도로 경제 격차가 발생하면서 취업기회가 양호한 수도권으로 청년층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 인재 유출 문제는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고학력 청년층 인재는 지역 경제성장에 핵심적 요소이다. 부산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인적자원의 타지역 유출은 노동력 공급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유출은 더 뼈아프다.

그렇다면 지역의 젊은 인재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수도권과 지방의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지방균형발전이 명확한 답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각종 법·제도를 준비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경사가 더 급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현 정부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균형발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에서 ‘지방시대 선포식’이 열리기도 했다. 균형발전정책의 핵심은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 도입을 통해 지방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 중 기회발전특구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과감한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산업 육성, 지자체의 자주권과 자율권을 보장하는 하의상달(bottom-up) 의사결정, 지자체 주도의 기업 수요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산학공동의 지방대학 특성화 및 프로그램 운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가 절실한 부산은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이 많고 기왕에 지·산·학 연계가 수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서 기회발전특구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몇 년 전 강소기업 사례 연구를 위해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 튀링겐주에 위치한 인구 약 10만 명의 예나시에는 글로벌 광학제품 강소기업 예놉틱이라는 회사를 비롯한 광학산업 관련 기업들이 집적되어 있다. 이 도시의 예나대학교에는 인구의 약 1/5이나 되는 2만여 명의 재학생이 있어 지역 광학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역 인재들이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우리도 균형발전을 통해 부산에서 부모님 사랑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자식도 기르는 아들딸들이 증가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선포식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언급은 왜 없었는지? 쓸데없는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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