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4일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소속 기자 2명, JTBC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뉴스타파를 강제수사한 것은 지난해 3월 대선 직전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사이에 오간 대화 보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 씨에게서 1억6000여만 원을 받은 대가로 인터뷰했고 이를 보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JTBC는 대선을 앞두고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것이 윤석열 후보를 비방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찰이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수사중인 사건과 증거·피의자가 같으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해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면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4조 1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MBC 양모 기자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시민언론 더탐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최근까지 17번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정부에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4만7431건의 영장 청구가 지난해 39만6671건으로 5만 건가량 증가했습니다. 물론 문 정부에서도 영장 청구는 해마다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증가량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것을 고려할 때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80개국 중 47위입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매년 산출하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4단계 하락했습니다. 기자회는 한국 언론이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을 받는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41~43위였으나 윤 대통령이 집권하자 다소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21조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방송·통신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책임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신봉자입니다. 대통령 취임사와 8·15 경축사 등 연설을 할 때마다 ‘자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공산 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 “위대한 국민, 자유를 향한 여정”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 등 자유를 그 어느 가치보다 중시합니다.
잇단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보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언론의 자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자는 오보할 수 있습니다. 매일 기사를 써야 하는 직업 특성상 늘 오보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 기사를 써야 합니다. 물론 고의로 명예를 훼손했을 때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권력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는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권력을 비판했다고 해서 강제수사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오보로 명예가 훼손됐다면 언론중재위에 피해 구제 중재를 신청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게 순리입니다. 그게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앞장서 고소·고발하고 수사로 이어진다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기자와 국민이 목숨을 걸고 싸워온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입니다. 강제수사가 진행되는 요즈음, 역사의 퇴행을 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조처는 언론 자유의 폐해를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을 죽일 위험이 있다는 허친스 보고서를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일독하길 권합니다.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는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의 말이 생각나는 작금입니다.
최현진 디지털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