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이 붙은 ‘실명 법안’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다. 윤창호법(음주 교통사고 가중처벌), 민식이법(스쿨존 교통사고 가중처벌), 구하라법(무책임 부모 상속권 제한)은 명의자가 해당 사안의 피해자여서 이름으로만 남은 경우다. 같은 피해자라도 2차 가해 우려 때문에 실명 거론이 지양되는 사례도 있다. 아동성폭행 처벌 강화법이 한때 피해 어린이 이름으로 불렸으나 이후 가해자인 조두순법으로 바뀐 케이스가 해당한다. 오세훈법(정치자금법)과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입법 청원자나 주도자 이름을 딴 법안이다. 법 내용이나 명명 경위에 따라 당사자들이 이런 네이밍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최근 여당 일각에서 대통령 부인 이름을 딴 ‘김건희법’이란 말이 나온다. 개 식용을 금지하고 개 농장과 음식점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법안 일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개 식용 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여야 통틀어 7건 발의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례적으로 통과에 뜻을 모으는 법안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유명한 애견가이다.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사무실에 반려견을 데려와 이야깃거리가 됐을 정도다. 특히 김건희 여사는 각종 언론에서 여러 차례 개 식용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개고기만큼 호불호가 갈리고 우리나라 이미지에 영향을 준 음식은 없을 것이다. 초년기자 때 여름철만 되면 삼삼오오 보신탕을 먹으러 가는 선배들을 보곤 했다. 우스운 건 뭘 먹으러 가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는 거다.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군침을 삼키는 모습에서 “저리도 좋을까”라며 의아해 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 축구무대에 진출해 활약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상대팀 팬들이 조롱할 때 쓰는 단골메뉴가 한국인의 특이 식습관이다. 첨단 반도체나 K팝이 아무리 명성을 떨쳐도 한국은 ‘개고기나 먹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외국인들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식용견과 애완견이 엄연히 다르고, 이제는 반려인구가 1000만 명 이상이라고 강조해도 각인된 정보는 쉬 지워지지 않는다.
개 식용 금지법이 김건희법이란 명칭으로 불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할 것이고 만약 찬성하더라도 국민의힘이 당황해야 옳다. 개고기 금지라는 법안의 취지나 뜻이 설령 좋아도 그 사안이 가진 품위나 격조가 너무 빈약한 탓이다. 뭐니 뭐니 해도 아부는 당사자가 좋아해야 성립된다. 개고기 먹지 말자는 법을 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걸 김 여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