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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과잉진료 싫고, 과소진료 걱정된다면

강동묵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

  • 강동묵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3-09-17 19:48:3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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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병원에 갈 때 한 번씩 필요 없는 검사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과잉진료 또는 불필요한 진료란 의료서비스를 적정 양이나 비용 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적정진료를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잉진료 또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우나 다른 나라와 비교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OECD 평균에 비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보건의료 통계 2023년). 그런데 보건의료 통계지표 25개 중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최고인 경우가 5개나 되는데 그것은 자살사망률, 인구 1000명당 병원 병상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1인당 CT 장비수이고, 평균보다 높은 것은 외래 진료 횟수, 평균재원일 수, 의약품 판매액 등이다. 반면 평균보다 낮은 것은 임상의사 수, 간호인력 등이다. 이상의 결과는 우리나라는 의료인력은 적은데 의료시설과 장비는 많고, 의료시설과 약품은 많이 사용한다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GDP 대비 의료비는 1970년에 2.6%이던 것이 2023년 현재 9.3%로 OECD 평균인 9.7%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인데 증가 추세를 반영한다면 2030년에는 16%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GDP 대비 의료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인데 17.4%로 압도적인 1위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매우 높은 의료비 지출은 전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의 실패로 인한 자유방임적 의료제도와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해 비용을 인정하는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의료인이 처방을 많이 하게 유인해 의료이용을 부채질하는 제도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자유방임적 의료제도 때문에 생기는 과잉의료의 문제는, 영국의 전 국민의료제도(NHS)처럼 일정 지역의 주민을 의사에게 등록하게 한 후 등록된 주민이 해당 의사의 의료서비스를 받든 안 받든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의사에게 지급하는 인두제 같은 제도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NHS의 문제는 의사들의 과소진료와 중증 질병환자의 등록 기피 현상, 첨단 의료에 대한 경제적 유인책이 없어 신의료기술의 발달이 지연된다는 점과 함께 최근 영국에서 지역 담당의사에게 진료 예약이 안돼 환자의 25%는 자가 처치 또는 약국을 이용하거나 급하지 않은 수술은 18개월 이상 대기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등 정반대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의료비 지불제도의 대표적인 두 제도인 행위별 수가제와 인두제는 다른 방향의 문제점을 갖는데,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인두제는 과소진료를 유도한다. 그러면 이의 극복 대안은 존재할까? 힌트는 투입과 결과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로부터 나올 수 있다. 앞선 두 제도 모두 환자 또는 시민의 건강이라는 결과보다는 투입 즉, 의료행위 또는 사람수를 기반으로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 결과로 건강이 좋아졌는지의 여부는 의료비 지불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보았듯이 GDP의 17% 정도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미국에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보험인 메디케어와 다수의 민간 보험사가 대안적 지불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가치기반의료(value based health care)인데, ‘가치’에 따라서 지불금액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때의 가치는 장기입원이 줄어들고 질병의 재발생률이 줄어들며, 비용대비 환자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가치기반의료에서는 의료행위를 많이 받든 적게 받든 관계없이 건강상태를 잘 유지하는 경우 정액으로 지불하고, 건강상태를 잘 유지하지 못하면 일부를 빼고 지불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여러 곳에서 약 15년간 시행해 본 결과 의료비용은 줄어들면서 환자의 상태는 좋아지는 것의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치기반의료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얻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가치기반의료가 과잉진료와 과소진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의료비 절감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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