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운항 중에 정비 불량으로 조그마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에 항공산업에서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과 성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기의 유지 보수 수리 개조를 포함하는 산업을 지속해서 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산업을 항공 MRO 산업이라 하고 여기서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및 재생정비(Overhaul)의 약자로, 우리가 자동차 운전 시 주기적으로 엔진 오일을 교환하고 타이어 펑크 등 때때로 발생하는 고장을 수리하는 것처럼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기체, 엔진 및 각종 부품들을 수리 정비 및 개조해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항공 MRO 산업의 세계 시장은 올해 약 939억 달러에서 2033년 약 1250억 달러로 전망하는 큰 시장으로, 항공기를 제작하는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독일 싱가포르 중국 등의 국가들이 항공 MRO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박 또한 항공기와 같이 정비 불량으로 조그마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인명피해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같다. 그러므로 선박에서도 항공산업과 같이 MRO 산업이 필요하다. 선박 MRO 산업은 선박수리업 선박관리업 선용품공급업 등이 포함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이들의 시장 규모를 연간 선박수리업 4500억 원, 선박관리업 2400억 원, 선용품공급업 2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자율운항 선박 등 스마트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환경 규제로 기존 선박의 친환경 선박으로의 개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선박 MRO 산업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선박관리업 및 선용품공급업 또한 해운 수요자의 서비스 요구가 증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환적 화물 허브로서 충분한 선박 입출항 선박 대수를 보유한바 선박 MRO 산업 성장을 위한 여건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항공 MRO 산업과는 달리 선박수리업의 경우 신조선 산업과 함께 세계 1위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우리나라에는 고부가가치 대형선박을 정비 수리 개조할 수 있는 독(DOCK) 등 인프라가 없어 시장 진입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이 대형선박 수리가 가능한 독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0년대 초 신조선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수리선 독을 모두 신조선으로 전환함으로써 현재 국내에는 3만 t급 이상의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수리 조선소가 없다. 따라서 아시아에서의 선박수리업은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이 중심이 되어 활발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선박 정비, 수리 또는 개조를 위해서는 선박 도면이 필수적이고 이는 자칫하면 우리나라에서 건조된 첨단 선박의 핵심기술이 담겨 있는 설계 도면 등을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에 제공해야 하므로 기술 유출의 우려도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첨단 대형선박을 수리할 수 있도록 대형 수리 독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1위 국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전 세계 발주량의 87%를 수주하고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수주율은 경쟁국인 중국 일본을 훨씬 앞질렀다. 선박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82억4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9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소가 확보한 수주 잔량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인 3880만 CGT로 조선사들은 4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들이 건조 후 선주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선박 MRO 산업을 키워 선박 건조에서 폐선까지 일반적으로 선박 수명이라고 하는 25년 동안 오대양 육대주를 안전하게 누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와 관련 업계는 선박 MRO 산업 육성 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