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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무늬는 전수조사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9-13 19:49:3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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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는 관심 집단의 모든 요소를 빠짐없이 관찰해 특성을 조사·분석한다. 통계 단위 하나하나 전부 조사하는 관찰 방식이어서 표본오차가 없다. 국민 모두를 모집단으로 해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가 대표적이다. 특정 업종에서 전 사업소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소 조사’나 학교에서 전 학생이 받는 ‘신체검사’도 해당한다.

전수조사는 표본이 클 경우 모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 전부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표본조사(집단 일부를 조사해 전체 특성을 추정)가 활용된다. 대신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회적인 문제나 정치권 이슈가 불거질 때는 “전수조사해 전모를 밝히겠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지난 7월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무량판(보 없이 기둥 위에 슬래브를 바로 얹는 건축 방식) 구조 지하주차장’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지난 4월 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지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주거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자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까지 다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일선 지자체에서도 전수조사 카드를 빼 들었다. 올해 안에 나올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여론은 또 한 번 요동을 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18일부터 90일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이 공분을 일으킨 이후 여야 합의에 따라 ‘사실상 국회의원 전원의 코인 보유 현황’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기대할 것 없는 전수조사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수조사 대상을 본인에 한정하고, 배우자 자녀 부모 등 가족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앞서 권익위는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도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양식을 국회에 보냈으나 받아들이지 않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국회의원이 가족 명의로 가상자산을 보유했거나, 가족의 가상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이해충돌 행위를 했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수는 없는 전수조사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가 이토록 쉽게 합의한 것은 이채롭다. 국민이 정작 궁금해하는 국회의원 가상자산 투자 전모를 밝히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돌려 생각할 일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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