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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행정조직·직무 법률주의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   입력 : 2023-09-13 19:41:4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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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행정권을 행사하는 정부의 수반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행정권을 독점·전횡할 수는 없다. 헌법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보좌를 받는 대통령의 지휘·감독 및 관여하에, 정부의 구체적 사무가 행정각부를 중심으로 법률에 따라서 처리될 것을 예정하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을 헌법기관으로 설치한 후 이러한 기관을 대통령이 겸할 수 없도록 한 점(제83조),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국무총리에게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을 부여하고(제86조) 국무총리와 국무총리의 제청을 거쳐 임명된 행정각부의 장에게 “소관사무에 관하여” “직권으로” 영(총리령·부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한 점(제95조)은 분화된 조직을 통해서 행정권이 구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지, ‘행정기관을 창설·조직하는 기관’은 아니다. 헌법도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여(제96조), 행정기관의 존재와 임무는 법률정립기관인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 원칙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행정조직·직무 법률주의’는 행정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일환이자 법치행정의 전제로서, 정부조직법 제2조 제2항 후문(“중앙행정기관은 이 법 및 다음 각호의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설치할 수 없다”)으로도 뒷받침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법률상 A의 직무를 B로 이전하거나, 법률에 따르지 않고 이상한 기관을 설치해서 행정각부의 직무를 갈음케 함은 위헌·위법적 행위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찰을 동원한 권력 집중과 ‘행정조직·직무 법률주의’의 취지를 몰각한 반민주적·반법치적 행태를 자주 획책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권력구조와 조직체계를 위협·훼손하고 있다. 예컨대 대통령령을 통해서 지난해 6월에는 법무부 장관의 보좌기관으로 인사정보관리단장을, 지난해 8월에는 행정안전부의 하부조직으로 경찰국을,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대통령소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라는 기이한 합의제 기관을 출범시켰다. 그 결과 국무총리 소속의 법률상 기관인 인사혁신처의 지위와 권한이 명령상 기관인 인사정보관리단의 개입으로 잠식될 위험에 처했고, 경찰사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의 법률상 조직(행정안전부의 외청)으로 경찰청을 설치하고 경찰위원회를 마련한 국회의 의도가 능멸당했으며, 합의제행정기관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둘 수 있다고 명시한 정부조직법 제5조가 무색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에 이례적으로 개입하여 위원을 면직시키고 법률에 따라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위원으로 임명치 않고 있으며,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에 소극적인 국회의 태도에 편승하여 현재까지 특별감찰관도 임명치 않고 있다. 이는 독립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고,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행위를 예방코자 법률이 설치한 국가기관의 활동을 봉쇄한 권력남용에 가깝다.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일지라도, 우리가 아닌 친인척이나 핵심관계자를 위해 복무할 위험은 늘 있다. 능력과 자질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기관의 견제와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헌법은 입법·행정·사법을 분립시키고 ‘행정조직·직무 법률주의’에 기초한 행정 내부적 권력분립을 기획한 것이다. 그리고 권력분립 원칙을 경시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국헌문란에 조직적으로 다가서거나 헌법을 무시하고 위법 시행령을 발하여 국가조직체계를 왜곡하는 대통령에게 탄핵을 경고하고 있다. 위헌·위법적으로 형성된 조직과 질서는 그 자체로 헌정 체제의 상처이다. 조직 논리에 기대어 개인을 압도하고 민주와 법치를 장기적으로 유린할 수 있으며, ‘국가재건최고회의’나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은 기관을 헌정사에 재출몰케 할 거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집단은 현직 검사에 의해서도 전두환의 하나회와 비견되고 있지 않은가. 환멸감에 힘들어도 무관심을 극복하고 긴장감으로 단결해서 권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을 탄생시킨 우리의 책임이자 자유를 향한 길이며, 권력으로부터 당한 모욕·배신을 기억하고 치유하려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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