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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그림산책]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정수 미술평론가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3-09-10 18:19:3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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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1990)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한 명이다. 그럼에도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성대하게 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2017년 장욱진을 기리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SIMPLE 2017-장욱진과 나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렸다. 그러나 1950년대에서 1990년대에 제작된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 40여 점이 선보이는 작은 전시여서 회고전 성격을 띠진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그의 전시대에 걸쳐 제작된 대표작을 망라하는 제대로 된 첫 번째 회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장욱진의 ‘자화상’.
장욱진은 어려서 일찍 그림에 대한 소질을 보였다. 경성제2고보(현 경복고등학교)에 입학해 일본인 화가 사토 구니오(佐藤九二男, 1897~1945)를 만나 미술에 대한 사고의 틀을 넓힌다. 사토 구니오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훗날 화가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을 깊이 있게 심어 주었다. 그러나 3학년 때 학내 문제로 퇴학을 당하자 1936년 20세의 나이에 양정고보 3학년에 편입한다. 장욱진은 4학년 때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 ‘공기놀이’를 출품해 최고상을 받으며 화가로서 세상에 나설 것을 결심한다. 1939년 23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도쿄에 있는 제국미술학교에 들어간다. 그는 이곳에서 화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을 배우고, 화가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한국으로 돌아온다.

장욱진은 귀국한 지 몇 년 후에 화가로서의 각오와 금의환향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1951년에 그린 ‘자화상’이 바로 이러한 그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세로 15㎝, 가로 11㎝ 되는 손바닥 하나 정도 크기의 매우 작은 그림이다. 크기는 작지만 그의 포부와 앞으로 삶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연미복으로 성장을 하고, 한 손에는 검은색 모자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검은색 우산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신식 교육을 받고 개화된 사람으로 변해 돌아오는 모습이다. 저 멀리서 이어져 온 길은 붉은색으로 칠해, 마치 영화배우가 레드 카펫을 걸어오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미 화면 앞으로 다가온 그의 뒤편 들녘에는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 있고, 공중으로 까마귀 서너 마리가 날고 있다. 이 배경은 분명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연상케 한다. 필시 장욱진 또한 그런 생각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의 생이 고흐와 같은 화가로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또한 뒤에 따르는 반려견의 등장은 그의 삶이 외롭지 않음을 상징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신나는 귀향 길 뒤로 하늘은 푸르러, 그의 인생이 희망적일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훗날 장욱진은 한평생 화가로서 외롭지 않게 살게 되고, 많은 뛰어난 작품을 남겨 고흐같이 뛰어난 화가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결국 장욱진은 젊은 시절 꿈꾸었던 화가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다 간 매우 행복한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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