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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YS와 부산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9-05 19:38:5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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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17일 밤 9시께. 전날 부산대에서 시작한 반독재 시위는 어느새 부산 전역으로 번져 서면 남포동 할 것 없이 인파로 넘실거렸다. 일군의 시위대가 서구 충무동 신민당 서동구 지구당사 앞에 멈춰 섰다. 유신체제 비판 발언으로 국회에서 제명당한 김영삼(YS) 신민당 총재의 이름을 연호하자, 당사 창밖으로 파란색 흰색 빨간색이 연결된 신민당 당기가 펄럭였다.

YS의 국회의원 9선 경력 중 7번은 부산 서구에서 나왔다. 태어난 곳은 경남 거제지만 정치적 고향은 부산인 것이다. 하지만 동지이자 라이벌인 김대중(DJ)에 비해 부산에서 YS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호남엔 ‘DJ’가 넘쳐난다. 전남도청 앞 도로는 아호를 딴 ‘후광로’, 도 청사 내 대강당은 ‘김대중 강당’이다. 광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도시철도 역명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이다. 전남 목포에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과 또다른 ‘후광로’가 있다. 무안과 신안을 연결하는 연륙교마저 ‘김대중대교’다. 부산에선 한때 가덕신공항을 ‘김영삼공항’이라 부르자는 제안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으나 시민 반향이 없었다.

어제 부산시의회에서는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김영삼민주센터가 주최한 이 행사에 YS 직계라 불리는 상도동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전 국회의원,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김영삼 대통령의 업적이 가려진데 아쉬움을 표하며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YS민주역사기념관’ 사업의 정부 예산 반영 사실을 공개하며 내년 건립을 공식화했다.

YS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없었다면 아직도 지하경제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을 것이다. 5·18 특별법, 친일 잔재 청산, 지방자치제 부활 등이 그의 임기 중 이뤄졌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민간의 군 통제도 YS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함으로써 가능해졌다. IMF 사태는 분명 실정이지만 구제금융 신청을 후임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정부 책임으로 짊어졌다. 공만 챙기고 과는 미루는 요즘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대나무를 쪼갠 듯한 이런 성정이 구질구질한 걸 싫어하는 부산 사람과 잘 통한다. 어쩌면 이런 화끈한 부산 기질이 누군가를 기념하고 되새기는데 서툰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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