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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배롱나무꽃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9-03 19:35:5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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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0만 명은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올여름 전국 263개 해수욕장 이용객 숫자다. 해수욕장이 문을 연 지난 6월 24일부터 공식 폐장한 8월 31일까지 잠정치로 지난해 3942만 명에 비해 5.1%가량 줄었다. 7월 집중호우와 8월 태풍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내놓은 ‘2022 한국의 사회지표’ 속 2022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163만 명이다. 해수욕장이 여전히 가장 즐겨찾는 피서지임을 알 수 있다.

부지런한 계절은 가을로 달려간다. 사람 일이야 두부모 자르듯 맺고 끊을 수 있겠으나 여름과 가을 사이엔 그 누구도 나눌 수 없는 흐름이 있다. 그게 계절의 순환이고, 사람이 그토록 따르고 싶어하는 자연의 이치다. 저마다 여름을 추억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유독 배롱나무꽃이 인상적이어서 하는 말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 동안 피고지기를 거듭한다는 그 꽃이다.

지난 7월 1일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군위군 부계면에 사유원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 예술가가 꾸민 70만 ㎡ 규모 사설 수목원이자 산지 정원이다. 팔공산 정상이 마주보이는 이곳에 200년 넘은 배롱나무 고목이 뿌리박은 별유동천이 펼쳐진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대’와 ‘소요헌’을 거쳐 닿는 배롱나무 군락은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붉은 꽃을 자랑한다. 한 사람당 5만 원의 관람료를 내야 입장할 수 있어 호불호가 나뉜다.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엔 배롱나무가 주인공이라 할 정원 명옥헌 원림이 있다. 담양하면 소쇄원을 떠올리기 마련이나 배롱나무가 만개하는 여름철 명옥헌 원림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명옥헌(鳴玉軒)은 바로 옆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딪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담한 정자 주변과 연못을 배롱나무가 둘러싼 모양새다. 꽃이 만드는 별천지다. 2009년 9월 명승으로 지정됐다.

사유원과 명옥헌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사람이다. 사유원엔 TC태창을 이끌었던 기업인 유재성의 집념이 담겼다. 명옥헌엔 조선 16대 국왕 인조와 선비 오희도의 사연이 깔렸다. 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라고 하나 사람이 있기에 의미가 생긴다.

부산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800년을 웃도는 배롱나무가 있다. 부산진구 양정동 정묘사 배롱나무다. 부질없이 피었다 지는 꽃이 없음을 깨닫는다면 오는 가을 결실이 더 알차지리라.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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