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9-03 19:20:3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녹차는 일본인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식품이다. 그런 일본에서 시즈오카현은 연간 일본 녹차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최대의 녹차 산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녹차 생산량에 있어 가고시마현에 1위를 종종 내주곤 한다. 시즈오카현의 입장에서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커피에 밀려 녹차의 소비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녹차 소비가 줄어들면 지역의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때 등장하는 해법은 당연히 ‘다양화와 고급화’.

세계에서 가장 진한 맛을 자랑하는 일본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녹차 소비의 다양화를 위한 시즈오카의 노력 가운데 내가 특히 흥미롭게 생각하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 번째는 ‘차와리(茶割り)’. 증류주에 약한 일본인이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를 즐기기 위해 고안한 것이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방법이다. 차가운 물을 섞어서 희석하면 ‘미즈와리(水割り)’, 뜨거운 물을 섞어서 희석하면 ‘오유와리(お湯割り)‘라고 한다. 여기서 착안해 차 생산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녹찻물을 섞어 마시는 차와리를 즐긴다. 그런데 시즈오카 사람들은 차와리를 좀 심하게 즐긴다. 소주 같은 증류주뿐만 아니라 청주 같은 발효주까지, 아니 모든 술에 녹찻물을 타서 마신다. 특히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이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로 차와리로 술을 마시다 보면, ‘녹차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제일이구나’ 싶다.

두 번째는 ‘녹차젤라또’.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하겐다즈’다. 미국 브랜드인 하겐다즈가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지만, 하겐다즈는 일본에 생산 공장을 둘 정도로 녹차 아이스크림에 공을 들였다. 하겐다즈의 녹차 아이스크림은 녹차의 맛과 향이 진하기로 유명했고 이 점이 일본인의 기호에 맞아떨어졌다. 1907년 시즈오카현에서 창업한 녹차 가공회사 ‘마루시치제다(丸七製茶)’는 이 점에 착안했다.

녹차의 농도에 따라 No.1에서 No.7까지 일곱 등급으로 나눠서 젤라또를 만들었다. 마루시치제다의 설명에 따르면 No.1의 농도가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의 농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일본 마케팅의 실력이 드러난다. 어차피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의 맛은 안다. 그러니 No.1과 당연히 비교를 해보고 싶어진다. 그럼 그다음에는? No.2에서 No.7까지 차례대로 먹을까? 천만의 말씀. 사람들에겐 그럴 돈도 시간도 없다. 당연히 No.7으로 직행한다. 즉 일곱 개의 등급으로 나눈 것은 최고 등급인 No.7을 판매하기 위한 눈속임이다. 그래서 제작사 측은 No.7 젤라또에 한해서만 ‘세계에서 가장 진한 녹차 아이스크림’이라는 광고를 한다. 이러니 녹차 젤라또에 별 관심 없던 사람도 ‘세계 제일이라니 한 번은 먹어봐야지’라며 도전한다. 덕분에 No.1~No.6의 판매량을 다 합친 것만큼 No.7이 팔린다.

그렇다. 지역의 특산물을 맛있게 가공해야 팔린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안일하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브랜드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야 지갑을 연다. 스스로 레벨을 창조하고 그 끝에 ‘세계 제일’이라는 수식어 정도 붙여주는 스케일이 있어야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의 첫 번째 명제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라!’임을 꼭 기억하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김기현 측근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총선 출마선언 10일 만에 번복 왜?
  2. 2내달 부산시 고위직 물갈이 촉각…2·3급 최대 4명 바뀔 듯
  3. 3시립미술관 대개조…430억 신축급 공사
  4. 4아쿠아파크 부실…기장군의회 “오규석 前군수 책임” 吳 “흠집내기”
  5. 5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정면돌파…당내 책임론 공방
  6. 6[단독] 장제원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 불출마하겠다"
  7. 7경남도,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청사진 개발 착수
  8. 8총선 레이스 시작…“얼굴 알리자” 정치신인들 앞다퉈 등록
  9. 9금태섭·류호정 “女도 병역의무 이행을”
  10. 10경찰, 제보자도 못 찾았다…도시공사 비위수사 한달째 스톱
  1. 1김기현 측근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총선 출마선언 10일 만에 번복 왜?
  2. 2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정면돌파…당내 책임론 공방
  3. 3[단독] 장제원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 불출마하겠다"
  4. 4총선 레이스 시작…“얼굴 알리자” 정치신인들 앞다퉈 등록
  5. 5금태섭·류호정 “女도 병역의무 이행을”
  6. 613일 부산 찾는 이재명…이번엔 ‘산은법’ 응답할까
  7. 7민주 1호 영입 환경변호사 박지혜…첫 청년공약 ‘월 20만 원 기숙사 5만 실’(종합)
  8. 8유권자도 어깨띠 매고 선거운동…인터넷 게시판 익명 댓글달기 가능
  9. 9‘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10. 10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1. 1‘연말정산’ 식대 비과세 한도 月 20만 원으로↑(종합)
  2. 2제2금융 대출자는 상생금융 제외? 시작도 안 했는데 삐걱
  3. 3불안불안 부동산PF, 대출잔액·연체율 동반 상승
  4. 4주가지수- 2023년 12월 11일
  5. 5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6. 6정부 "국내 주유소 97% 요소수 비축…가격도 평시와 유사"
  7. 7가성비와 프리미엄… 연말 소비 양극화 뚜렷
  8. 8대성문 ‘시청 아틀리에 933’ 분양
  9. 9팍팍한 부산 신혼부부, 1억 이상 빚 있는데 연소득 5800만원
  10. 10길어지는 HMM 새 주인 찾기… 막판까지 진통
  1. 1내달 부산시 고위직 물갈이 촉각…2·3급 최대 4명 바뀔 듯
  2. 2아쿠아파크 부실…기장군의회 “오규석 前군수 책임” 吳 “흠집내기”
  3. 3경남도,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청사진 개발 착수
  4. 4경찰, 제보자도 못 찾았다…도시공사 비위수사 한달째 스톱
  5. 5예산 없다며…노동자 몫은 깎고 업체 돈은 다 챙겨준 지자체
  6. 6대학 선택의 폭 넓은 중위권, 환산점수 유리한 전형 지원해야
  7. 7착용만 허용된 선거홍보물, 손에 들고 흔들면 위법(종합)
  8. 8도시공사 도시창조본부장 공모절차 돌입
  9. 9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국민,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있어”
  10. 10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12일
  1. 1토트넘 6경기 만에 승리 안긴 손캡…8연속 두 자릿수 골
  2. 2이정후 연봉 1500만 달러 거론…토론토도 참전할까
  3. 3한국 여자핸드볼 결선리그 전패 수모
  4. 4BNK 썸 맏언니 김한별 복귀에도 4연패 수렁
  5. 5리디아 고, 데이와 우승 합작
  6. 6‘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7. 7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4년 만의 1부 승격 불발
  8. 8정보명호 아시아야구선수권 3위
  9. 99200억 다저스맨 오타니, 내년 서울서 김하성과 대결
  10. 10황인범 세르비아 데뷔골…복귀한 김민재는 혹평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두바이 기후회의와 한국의 역주행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나를 가치 있게, 세상을 가치 있게
대전환의 시대, 북극 협력 새로운 길 모색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035 재도전 합리적 검토를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스트림플레이션
오타니의 만화야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속도전 필요하다
혁신 대신 버티기…민심과 더 멀어지는 국민의힘
세상읽기 [전체보기]
축제 도시 부산을 위하여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고려의 소와 소고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도상봉의 격조 있는 ‘달 항아리’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