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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비혼 출산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8-31 19:07:3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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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타계한 프랑스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뮤즈다. 늘 같이 언급되는 인물이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파리 사교계를 주름 잡았던 세르주 갱스부르다. 버킨은 한참 연상인 갱스부르와 사랑에 빠졌지만 동거는 12년 만에 끝난다. 그와 낳은 딸이 국내에도 꽤 알려진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다. 결혼 없는 연애사는 문화예술계 일만 아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세골렌 루아얄 전 환경장관과 30년 동거하며 자녀 4명을 뒀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나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도 취임 당시 배우자가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였다.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2010년 2.02명을 찍었다. 이후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1.8명 수준은 유지한다. 1990년대 초반 저출산을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고 획기적인 지원책을 도입한 덕분이다. 육아 관련 수당에 교육비가 대학까지 거의 공짜다. 동거 커플에게 혼인에 준하는 정부 혜택을 주는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법도 만들었다. 이성 혹은 동성간 결합을 인정하고 미혼모나 미혼부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 분위기가 출산율 제고에 큰 몫을 했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혼외 출산율과 합계출산율은 일관되게 정비례한다. 혼외 출산이 63%에 달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멕시코 등이 모두 그런 나라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을 내놨다. 공급·대출·청약에서 신생아 출산가구에 파격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내년 3월부터 공공과 민간주택이 연 7만 가구 공급된다. 연소득이 1억3000만 원 이하인 출산가구가 9억 원 이하 집을 사면 최대 5억 원까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청약에도 인센티브가 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결혼이 아닌 출산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동거나 사실혼, 미혼모나 미혼부에도 결혼 가족 못지 않게 지원한다는 게 이전과 다르다.

청년 10명 중 4명이 결혼에 부정적이지만 동거에는 8명이 찬성한다. 결혼은 싫지만 아기는 갖고 싶다는 사람도 꽤 있다. 한국의 혼외 출산율은 2%대로 세계 최저,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선진국 최저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300조 원 쏟아 부었지만 반등 기미가 없다. 차라리 결혼 적령기 청년에게 아파트를 한 채씩 줬으면 진작에 효과를 봤으리라는 우스개가 있다. 이번 국토부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첫 걸음으로 훗날 평가받을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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