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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50년 주담대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8-29 19:08:1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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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금융 노예가 되는 거 아니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지난달 출시됐을 때 부동산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신청자가 폭증했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주범이라며 은행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50년 만기 대출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하는 영향이 작용해 두 달째 가계부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주담대는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기 때문에 돈을 빌린 사람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길 수 없다. 하지만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 대출 한도가 늘고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 정부가 50년 주담대 대출 규제를 시사하자 대출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24일 기준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조 8800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 200억 원 이상 늘었다.

은행권은 정부 규제가 마땅찮다. 50년 주담대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DSR완화 대안으로 추진됐다. 대출자들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였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8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 대출을 출시했다. 시장 반응이 호의적이라 은행들도 장기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정부가 50년 주담대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려 하자 중장년층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은행 자율로 결정하라고 했으나 정부의 암묵적 지침을 어기기 어려운 분위기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수협은행이 만 34세 이하로 연령제한을 뒀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50년 주담대 최종 가이드라인을 정할 방침이다. 세부 기준이 어떻게 마련될지 모르나 중장년층 이용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출시 한두 달 만에 이 상품을 없애거나 조건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시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린 후 동결하며 통화긴축 정책을 펼친 것과 엇박자를 냈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 연착륙이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부채 책임을 50년 주담대 상품에 둬서는 안될 일이다. 문제가 많다면 금융당국이 애초부터 이 상품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어야 한다. 오락가락 대출 정책으로 세대 갈등이 일어나고 서민만 고통받고 있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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