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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달 찜하기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8-27 19:36:5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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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뒤덮인 미지의 남극대륙 극점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은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1872~1928)이다. 노르웨이 탐험가가 정복했다고 남극이 노르웨이 땅이 되는 건 아니다. 사실 영국 등 여러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이 이를 모두 잠재웠다. 영유권은 동결하고 과학적 탐사만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남극 세종기지도 그 덕분이다. 항로로 역할이 중요한 북극 역시 한때 소유권 다툼 대상이었지만 인접국의 배타적경제수역만 인정될 뿐 개별 주권은 배제한다.

‘우주조약’은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치열해지던 1967년 우주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여기선 탐사와 개발을 권장하되 모든 국가에 개방된 공간으로 우주를 규정한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특정국 전유만 금지할 뿐 자원의 법적 지위는 명문 조항이 없다. 국가가 아닌 민간 소유 허용 여부도 해석이 불분명하다. 구멍을 메우기 위해 1979년 ‘달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번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나라가 서명을 거부했다. 조약이 여럿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달 탐사를 향한 세계 각국의 도전이 치열하다. 인도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지난 22일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달 남극을 향해 ‘루나 25호’를 앞세웠다 실패한 지 사흘 만이다. 일본은 28일 규슈 가고시마현 우주센터에서 소형 탐사선 ‘슬림’을 쏘아 올린다. 달 적도 착륙이 목표다. 일본이 성공하면 달 착륙은 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가 된다. 이미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들은 유인선 발사, 기지 건설, 자원 채굴 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우주 개발은 이제 체제나 기술 과시가 아니라 산업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2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퍼서비어런스호’가 화성에서 녹음한 바람 소리를 공개했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지구 저편은 황량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우주 탐사 역사에서 한국은 자체 제작 로켓(누리호)을 발사하고 달 궤도에 진입(다누리호)하는, 막 발을 뗀 수준이다. 달 착륙은 2032년이 목표다. 외계 행성에 누군가 먼저 도착했다 해서 소유권까지 주장하는 건 대항해나 제국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처럼 국가를 넘어 민간도 우주 탐사에 뛰어든 요즘, 규범 공백이 지속되면 결국 먼저 찜하는 자가 임자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달이 가장 핫한 부동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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