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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과 대법원 판례

송영신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

  • 송영신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
  •  |   입력 : 2023-08-22 18:14:5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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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8일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은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 조항과 관련해 ‘부당해고 등 구제절차 도중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소멸해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까지 구제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이 이처럼 판단한 이유는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의 근로자가 아니고 ▷사용자에게 구제명령·구제명령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과·확정된 구제명령 미이행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므로, 사용자에게 공법상의 의무를 지나치게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과가 되며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는 이유로 그동안 진행된 노동위원회의 조사나 판정을 무위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러한 고려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의회주의’를 헌법상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의회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법의 제·개정은 국민이 대표권을 위임한 의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입법부가 밝힌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의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절차는 원직복직이 어려운 근로자를 위한 중요한 권리구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해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근로계약기간의 종료, 정년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금전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부당해고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은 근로자가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기한을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고 규정한다. 즉,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달라는 노동위원회에의 구제신청은 위 3개월의 기간 동안에는 사후적으로 해당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이후라 하더라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입법부, 아니 국민의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단은 특히 기간제 근로자인 경우 오히려 위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형사처벌 범위가 확대된다는 부분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31조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고자 하는 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고, 구제명령 등은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거나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확정된다. 즉,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소권을 포기하고 구제명령을 이행하겠다는 의사표시이고, 확정판결이 났다는 것은 판결내용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형사처벌의 범위를 불합리하게 확대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는 기왕의 조사나 판정을 무위로 돌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려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부분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들어오면 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종료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조사 및 판정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한 구제이익이 없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법에서 3개월이라는 명문의 권리구제 신청기한 조항 및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금전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명문의 근거 조항을 두고 있고, 또 이를 제한하는 어떠한 단서 조항도 두지 않았는데 사법부가 그 기한과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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