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해인 수녀·시인

  • 이해인 수녀·시인
  •  |   입력 : 2023-08-17 18:51:0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이 나이에도 나를 늘 꼬마친구라고 불러주는 사랑하는 벗 현숙아, 캐나다의 여름은 여기만큼 덥진 않을 테지?

지금도 우리가 함께 다니던 창경초등학교 근방을 지날 때면 꼭 네 얼굴이 떠오르곤 한단다. 너의 꾸밈 없는 밝은 웃음과 솔직함, 귀여운 보조개를 나는 늘 부러워하였지. 1997년에 초판이 나온 ‘사랑할 땐 별이 되고’라는 나의 산문집에 ‘튤립꽃 같은 친구’로 등장했던 너는 이제 나와 함께 구체적인 노년을 살고 있으니 왠지 좀 초조한 마음도 생기지 않니? 그래서 너는 내게 종종 슬픈 푸념도 하고 ‘천국 가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떼를 쓸 때면 저절로 웃음이 나곤 한단다.
이해인 수녀가 오래 사귄 귀한 벗에게 최근 추천한 책 두 권 ‘모든 삶은 흐른다’와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이해인 수녀 제공
‘가물가물한 지나간 날들은 강물과 함께 흘려보내고 가슴에 찍어놓은 꿈은 저버리지 말자. 예수님의 아름다운 신부로 남아 있자. 허망한 세월이 속삭이는 바람의 노래는 스쳐 보내고 하얀 안개꽃으로 단장한 신부의 모습으로 그날을 기다려 보자. 너와 나 시간 앞에 서러워하진 말자. 그리운 님이 약속한 그날이 오고 있으니! 꼬마친구야. 가을에 한국 가면 꼭 만나야 할 것 같아. 사진 속에 보이는 네가 어떤 꽃들보다 아름답네….’

며칠 전에 받은 너의 정겨운 문자를 다시 읽어본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고 게시까지 하고 나서 방에 들어오면 찾던 물건이 거기에 있고 늘 기억하던 사람과 사물들의 이름이 빨리 생각나질 않아 당황스럽고 과거와 현재의 기억에 혼돈이 오고 이게 다 노년기의 상태를 말해주는 거지만 슬퍼하기보단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웃으면서 넘어가야 하겠지? 늘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녀인 너에게 오늘은 내가 최근에 추천의 글을 쓰기도 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네. 예쁜 손수건에 미리 포장도 해 두었단다.


2. 토모스 로버츠의 ‘세상이 너를 기다라고 있어’.

부산 서구 이태석신부기념관에 보내기 위해 이해인 수녀가 글씨를 쓴 부채. 글귀가 눈길을 붙든다.
런던에 살고 있는 시인이며 영화제작자이기도 한 토모스 로버츠의 그림동화책 ‘세상이 너를 너를 기다리고 있어’를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었는데 이 책은 나의 게으름을 일으켜 세우는 귀중한 메시지를 담고있어. 자주 미루기 쉬운 청소, 설거지, 편지 쓰기를 제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이 있더라구.

책 속의 주인공이 침대에서 일어나길 싫어하고 꾸물대는 꼬마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하니까 꼬마는 ‘내가 온종일 잠만 자도 세상은 절대 모를 거니 제발 내버려 두라고’ 하지.

그러자 책 속 주인공이 ‘네가 침대에서 일어난 그 순간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고!’말하는 대목이 나는 특히 좋았어.


-우리 마음 속에는 더하기와 빼기가 있어. 더하기와 빼기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단다.

-세상에 아름다움을 얼마나 더하거나 뺄지는 우리가 정하지.우리는 매일 아름다움을 더하거나 빼.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으로 말이야. 이를테면 진심 어린 말로 아름다움을 더하고 별 생각 없는 거짓말로 아름다움을 빼는거야…전 세계에 있는 아름다움의 양은 잘 늘어나고 잘 줄어들어. 거기에는 우리 모두 책임이 있지. 많은 사람들이 더하기를 하면 전 세계에 있는 아름다움의 양은 늘어 나. 하지만 우리 안에 숨은 빼기가 언제든지 평화를 깨뜨릴 준비를 하고있지.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름다움의 양이 너무나도 많이 줄어들었을 때야. 너처럼 멋진 아이가 시간을 소중하게 쓰지 않으면 전 세계에 있는 아름다움의 양도 줄어들어. 네가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니? 찡그린 얼굴 가운데 피어난 미소 하나가 모든 걸 바꿀 수 있단다.더하기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단다…좋은 말과 좋은 행동을 하나씩 할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점점 늘어나. 살다 보면 때때로 지칠 때도 있겠지만 너는 네 안에 숨은 힘을 발견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이제 일어나서 나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더하기를 해 보자. 어떻게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오늘부터 계획을 세워보는거야. (본문 중)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어서 내 안의 숨은 힘을 발견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늘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단다.


3.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프랑스의 어느 철학과 교수가 쓴 책인데 섬 닻 빙하 항해 등대 무인도 방파제 바다소금 밀물과 썰물 등등 바다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공부할 수도 있고 우리네 삶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것들이 저자의 철학적 관점과 더불어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구.

‘바다는 우리에게 삶을 빛내는 예술을 가르친다’ ‘삶이란 바다처럼 다양한 색을 띤다’는 저자의 생각이 바다와 연결된 여러 상징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표현으로 펼쳐지는 책! 인생과 바다에 대해서 어쩌면 이렇게까지 깊고 넓은 통찰을 할 수 있을까? 내내 감탄하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인생철학자가 되어 또 하나의 섬이 되고 바다가 되는 기쁨을 체험하게 되는 것 같아. 자연과 사물,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배우면서 말이야. 이 책엔 필사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지만 몇 개의 문장만 뽑아서 적어 줄게.


-바다는 인생이다.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인생은 멀리 떠나는 항해와 같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바다는 계속해서 방문자를 기다리는 심연의 박물관이다.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가을에 여기 오면 꼭 한 번 바다에 나가 바다를 닮은 인생을 이야기하자. 반갑게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남천삼익 등 부산 혁신 건축 예정지 7곳 선정…용적률 완화
  2. 2해운대온천에 몸 담근 진성여왕, 천연두 싹 나았다는데…
  3. 3요코하마의 조언 “북항재개발, 인근 지역 연결부터”
  4. 480대 운전자 몰던 차, 해운대 산책로 돌진(종합)
  5. 5트럼프 유세 도중 총격 피습
  6. 61000원이면 청춘으로 돌아가는 무대…“친구도 사귀니 여기가 최고”
  7. 7[부산 법조 경찰 24시] 치안감 직에 3연속 경무관…‘임시’ 남해해경청장 언제까지
  8. 8내년 최저임금 1만30원…노사 모두 “불만”
  9. 9패패패승패패패…롯데 어그러진 ‘7치올’
  10. 10부산시체육회, 임원 11명 선임
  1. 1민주, 당무개입·댓글팀 등 ‘한동훈 3대 의혹’ 수사 요구
  2. 2韓-元 난타전 과열 결국 제재…與 전대가 ‘분당대회’ 될라
  3. 3이대석 1부의장 “市 견제와 뒷받침 통해 성과 만들어 낼 것”
  4. 4이종환 2부의장 “원내대표 경험 바탕…동료 시의원 돕겠다”
  5. 5野 “증인불응 고발” 與 “일정 원천무효”…尹탄핵청문 앞 전운
  6. 6韓·美 ‘핵작전지침’ 성명 北 “핵억제 강화” 트집에 국방부 “정권 종말” 경고
  7. 7민주 최고위원 후보 ‘친명’ 마케팅에…李 “친국민 표현” 金 “당원표심 호소”
  8. 8제9대 부산시의회 후반기 與 원내대표에 이복조 의원
  9. 9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10. 10“野가 여론 왜곡”vs“尹부부가 배후”…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무혐의 공방
  1. 1남천삼익 등 부산 혁신 건축 예정지 7곳 선정…용적률 완화
  2. 2요코하마의 조언 “북항재개발, 인근 지역 연결부터”
  3. 3내년 최저임금 1만30원…노사 모두 “불만”
  4. 4사하구 첫 지식산업센터 입주…스마트밸리와 시너지 기대
  5. 5“도시건축계획, 민관 머리 맞대 ‘부산만의 것’ 찾아내야”
  6. 6취약층에 불똥 튄 ‘가계대출 조이기’
  7. 7“2028년까지 10개국 진출…나라별 서비스 목표”
  8. 8“글로벌 파생상품시장 성장, 국내시장 접근성 개선해야”
  9. 9BPA 나눔문화 확산…사랑의열매 표창 받아
  10. 10“로또 인생역전 옛말” 1등 63명 역대 최다…당첨금 세전 4억 원
  1. 1해운대온천에 몸 담근 진성여왕, 천연두 싹 나았다는데…
  2. 280대 운전자 몰던 차, 해운대 산책로 돌진(종합)
  3. 31000원이면 청춘으로 돌아가는 무대…“친구도 사귀니 여기가 최고”
  4. 4[부산 법조 경찰 24시] 치안감 직에 3연속 경무관…‘임시’ 남해해경청장 언제까지
  5. 5시작은 청소년 여가시설, 코로나때 시설 32% 급감
  6. 6사라진 김해공항 리무진 대체할 급행버스 투입(종합)
  7. 7“양산 아파트 인허가 청탁 해주겠다” 일동에게 거액 받은 前공무원 실형
  8. 8오늘의 날씨- 2024년 7월 15일
  9. 9낙동강 생태공원 '알박기 차량' 사라진다
  10. 10정체전선으로 인한 강한 비...예상강수량 50~100㎜
  1. 1패패패승패패패…롯데 어그러진 ‘7치올’
  2. 2부산시체육회, 임원 11명 선임
  3. 3반등 노리는 부산 아이파크…신임 사령탑에 조성환 선임
  4. 4복식 강자 크레이치코바, 윔블던 여자 단식 첫 제패
  5. 5야구 명문 마산용마고, 청룡기 첫 패권 노린다
  6. 6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승인으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공식 선임
  7. 7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8. 8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9. 9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10. 10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VIP 2’와 분당대회
맨발 걷기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트럼프 피격, 정치 양극화가 빚은 민주주의 위기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노사 모두 불만 제도 바꾸자
세상읽기 [전체보기]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