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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무정부상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 피해, 이번 호우서 배우는 게 있어야

공무원 안일한 대응 엄벌해야…도시계획 심의 때 재해 중시를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23-07-23 19:47:0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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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장마철에 내리고 있다. 극한호우의 영향이 크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극한호우는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에 72㎜ 이상 비가 내릴 때를 말한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극한호우일 때 수도권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최근 내린 극한호우로 23일 현재 47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 한 명을 이 통계에서 뺀 수치다.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에서만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북 예천 등의 산사태로 15명이 유명을 달리했거나 실종됐다.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산사태가 피해를 키운 것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대표되는 집중호우 이후 피해가 가장 큰 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번 재해로부터 배우는 게 있어야 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개혁해야 한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시작으로 ▷신고를 받고도 묵살한 공무원의 안일한 대응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이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난안전통신망 ▷있으나 마나 한 기후변화영향평가제 ▷이해하기 힘든 토목공사 ▷미설치된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외교와 정치의 영역이라 아쉽지만 나름 이해할 만하다. 국익을 위해 뛰는 대통령을 뭐라 하기는 좀 그렇다. 자국에서 전쟁과 같은 재해가 났는데 외국의 전쟁터에서 뭐 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판단의 문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진영이 대한민국에 거는 기대, 전후 사업의 참여 등 여러 가지 고려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신고를 받고도 묵살한 공무원은 용서할 수 없다. 사실 이해가 안 된다. 시민과 관련 기관이 수차례 신고하고 연락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모두 변명거리는 있는 모양이다. “담당 관리기관이 아니다” “인력이 모자란다” “조처를 취하기 전에 끝나버린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다” 등등. 공무원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아 알려드린다. 국민에게서 월급받아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이다. 이태원에 이어 이번 참사까지 벌어지자 SNS에는 ‘#무정부상태’란 해시태그가 널리 펴지고 있다.

1조5000억 원을 들인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번 호우에서 기대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참사 당일인 지난 15일 112신고를 받은 경찰은 신고 내용을 오전 8시께 재난안전통신망에 전달했다.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경찰 소방은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신고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지만 어느 한 곳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7월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참사 후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새 지하차도에 자동진입차단시설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역시 자동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초량 사고 이후 신설된 지하차도에도 7곳 중 한 곳에만 자동차단장치를 설치했다. 자연재해대책법이 개정되지 않고 국토교통부의 행정규칙만 고쳤을 뿐이다. 처벌 조항이 없으니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이제야 재해 관련 법안을 정비하겠다고 한다.

수사에서 밝혀야 할 사안이지만 미호천교가 낮게 설계된 것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다리를 건설하느라 없앤 제방을 다시 쌓으려고 해도 다리 상판이 막고 있으니 더 높일 수가 없었다. 뉴스 영상을 보면 바로 옆 제방보다 1m가량 낮아 보인다. 그러니 이 둑이 터지지 않았겠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려고 낮게 설계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어느 정도 범위로 설계를 해야 하는지는 사실 어려운 문제다. 요즘 100년 빈도가 불과 10년 안에 깨지니 설계하기도 난감하다. 그렇다고 과하게 설계할 수도 없고. 난제이지만 뭔가 개선은 필요하다.

부산으로 눈을 돌려보면 사실 불안하다. 지난달 26일부터 778㎜의 비가 내렸지만 학장천 60대 실종을 제외하고는 큰 사고가 없다. 시가 대응을 잘 했는지, 운이 좋았는지는 알 수 없다. 산과 고층건물이 많고 바다가 있는 부산의 특성상 대형재난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8일 밤 쏟아지는 비가 걱정이 돼 온천천을 바라봤더니 강물이 제방을 넘칠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와 모래주머니를 쌓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일본처럼 도시계획에 안전을 넣어 도시안전계획을 세우는 선제적 대응을 하면 어떨까. 물론 도시계획을 심의할 때 재난 부분을 염두에 두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도시가 안전해야 월드엑스포도 유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현진 디지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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