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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잠을 쉽게 잘 자는 법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   입력 : 2023-07-23 19:44:3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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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물은 손으로 만지면 잎이 오므라들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손으로 만지면 오므라드는 식물이라니! 식물이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들른 화원에서 처음 접한 미모사(MIMOSA PUDICA)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공간에 들어왔다.

활짝 잎을 펴고 하늘을 향해 있던 미모사의 잎은 사람 손이 닿자마자 마치 죽은 듯이 잎을 오므리고 줄기도 땅으로 축 처진 모습을 보인다. 더 이상 손대지 말라고 방어하는 듯하다. 미모사의 잎은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서도 움직이는데 해가 뜨는 낮에는 잎을 활짝 펴고 생기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 해가 지는 밤이 되면 잎이 오므라들 뿐만 아니라 줄기도 힘없이 축 늘어진다. 그래서 진화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미모사를 ‘잠자는 잎’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알았을 때는 미모사는 해가 뜨고 지는 외부 자극에 따라 수동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식물인 듯하다.

그런데 만약 해가 없다면 미모사의 잎은 펴지지 않고 그대로일까? 이에 궁금증을 가진 지구물리학자 드메랑은 빛이 들어가지 않는 밀봉된 공간에 미모사를 두고 관찰했다. 그 결과 미모사는 햇빛 같은 외부 자극 없이도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24시간 리듬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모사 같은 식물도 자신 고유의 생체리듬을 가지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우리의 생체시계를 매일 정해주지만 해가 없더라도 사람마다의 고유한 리듬이 있다.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습관과 신체활동, 낮 동안에 받는 스트레스나 식사, 신체 건강 상태에 따라 수면의 질은 많이 달라진다.

잠자는 잎인 미모사와 달리 생체리듬이 깨져서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제가 불면증인데 수면제를 먹고 치료하고 싶어요.” “불면증은 고통스럽지만 수면제를 먹으려니 걱정이 돼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지 못해 힘들어하고, 한밤중에 원하는 물건을 주문하면 새벽에 도착하는 총알 배송처럼 빨리 잠드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동시에 약물에 의존하게 될까 봐 염려한다.

잠을 잘 들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복잡하게 영향을 끼치는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습관을 천천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수십 년 전에는 학교나 회사에서 집으로 일단 귀가하면 외부 자극에서 분리되는 것이 가능했다. 누군가 전화를 하더라도,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니 수고롭게 누구를 바꿔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메시지나 이메일 대신 며칠이나 시간이 걸리는 우편을 사용해야 했다.

번거로움과 불편함 덕분에 꼭 필요한 내용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과도한 감정 등은 잦아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온 종일 스트레스와 대인관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남은 일을 처리하거나 다음날의 업무 부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소셜미디어는 끊임없이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고 힘든 감정을 들추어낸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겪었던 갈등을 집에서 쉬는 사이 추스를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계속 자극을 받게 되는 셈인데 소셜미디에서의 메시지와 게시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들이 요사이 크게 늘었다.

화원에서 데려온 지 몇 주가 지나고 해가 잘 들지 않는 실내에서 크다 보니 미모사가 왠지 좀 시들한 느낌이다. 이참에 해가 잘 들고 비가 오면 흠뻑 맞을 수 있는 실외로 자리를 옮겼다. 옮긴지 2주 만에 미모사는 여리여리한 분홍빛 꽃을 매일 피우고 있고 낮이면 활짝 잎을 펼치고 밤마다 깊은 잠에 빠져들길 반복하고 있다. 자연적인 생체리듬을 가진 미모사도 그 리듬을 잘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 훨씬 잘 자라게 된 덕분이리라.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밤에도 환하게 조명을 켜고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을 보는 것은 자신의 생체리듬을 억지로 깨는 행동이다. 인공적인 조명이 없는 바깥 환경에서 훨씬 잘 적응하는 미모사 식물을 통해, 우리는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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