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헌법과 제헌의 정신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   입력 : 2023-07-16 19:18:5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은 대한민국헌법이 제정된 것을 기리는 국경일, 제헌절이다. 헌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념할만한 일이다. 헌법은 국가의 존재 형식과 과제를 밝히고 과제수행의무자인 국가기관이 작동하는 원리와 방식 및 한계를 설정하여 국민의 지위를 보장한 ‘기본규범’인 점에서, 헌법제정으로 국가의 토대와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이 마련되었고 국가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교양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헌법은 최고 권력인 주권의 발동으로 등장해서 모든 국가기관을 지배·규율하는 국가의 ‘최고규범’이자,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형성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결집한 ‘공통규범’이기도 하다. 특히 헌법의 최고규범성은 헌법을 위반한 권력기관에 대한 탄핵이나 위헌법률심판과 같은 헌법재판 혹은 국가대표기관인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하여 행하는 헌법준수 선서 등으로 확인되며, 공통규범으로서 헌법이 갖는 위상은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정치적 투쟁을 이어가는 여당과 야당 모두 자신을 헌법정신의 표상인 양 내세우며 헌법을 근거로 상대를 질타하는 현실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헌법제정은 주권에 기대어 정치체의 기본질서를 결단하고 공동체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과 충돌을 근본적으로 성찰 및 조정할 수 있는 최고 심급을 구축하는 것인바, 이를 정치공동체가 기억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제헌절이 우리에게 경사스러운 날로 기념될 수 있는 이유는, 혁명을 통해 신민(臣民)에서 주권자로 거듭난 후 주권적 승리의 영구적 지탱을 위하여 통치권자로부터 쟁취해 낸 전리품과도 같은 규범이 헌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헌법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제정된 헌법임을 밝힌 헌법 전문(前文)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 헌법 제1조 제2항 및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한 헌법 제10조를 통해서도 간파할 수 있겠지만, 시공간을 막론하고 통치권자에 맞서 주권의 위엄을 내보인 혁명정신이 제헌정신의 요체임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실제로 1789년 프랑스혁명은 프랑스공화국 헌법(1791년)을, 1917년 러시아혁명은 러시아연방공화국 헌법(1918년)을 성립시켰고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선 독립혁명의 결과가 1788년 발효된 미합중국 헌법이며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우리 헌법 또한 일제 식민 지배에 항거한 해방혁명의 성취다. 따라서 헌법은 현실의 변화무쌍과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입법권·행정권·사법권 등과 같은 모든 통치권을 순치시켜 권력적 차원에서는 주권을 구현하고 권리적 차원에서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들의 도구, 즉 통치권을 겨냥한 주권자의 무기로 현실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만큼은 국가기관의 음흉과 무능을 폭로하고 남용과 교만을 꾸짖으며 무책임과 자의성을 규탄하면서, 통치권에 항거하여 성공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혁명정신을 계승·재현하는 주권자들의 큰 잔치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특히 대통령 윤석열도 국회의장 김진표도 대법원장 김명수도 자칫하다가는 처형당한 찰스 1세와 루이 16세, 내쫓김 당한 이승만, 살해당한 박정희, 감옥 간 전두환·노태우·이명박, 탄핵당한 박근혜와 같은 선배 통치권자들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벌벌 떨도록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권력 행사를 성찰할 수 있도록, 허수아비에 그들의 이름을 써 붙여 화형식이라도 거행해 볼 일이다. 헌법을 구현해야 할 수단인 국가기관이 헌법을 도구로 자신의 권력 강화에 급급한 세태와 헌법에 순치되어야 할 권력자가 헌법정신의 표상처럼 으스대며 헌법으로 주권자를 겨냥하고 있는 부조리를 조금이라도 태워버릴 수 있는, 그러한 제헌절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헌법 국가의 교양 있는 구성원이라면, 통치권자의 장신구로 전락한 관제 제헌 기념식만큼은 걷어치워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3일, 부산, 울산, 경남 건조특보 발효...산불 등 화재 예방 유의
  2. 2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3. 3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4. 4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5. 5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6. 6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7. 7일본·독일 출자 스타트업, 2025년부터 차세대 반고체 배터리 공급
  8. 8文 이성윤 검사 신간 추천에 與 "선거공작 사죄부터"
  9. 9해경 부산항공대 대형헬기, 방공식별구역 밖 응급환자 병원 이송
  10. 10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1. 1文 이성윤 검사 신간 추천에 與 "선거공작 사죄부터"
  2. 2尹, 자승스님 분향소 찾아 조문 "큰 스님 오래 기억하겠다"
  3. 3엑스포 유치전 뛴 부산인사들 향후 거취는…
  4. 4인요한 최후통첩 “저를 공관위원장으로”…김기현 즉각 거절
  5. 5尹 노란봉투법 방송3법 거부권 행사…임기 중 세 번째
  6. 6당정 부산민심 달래기 “현안사업 차질없게 추진”(종합)
  7. 7野 주도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두 번째
  8. 8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 직전 전격 사의 표명
  9. 9노란봉투법, 방송3법 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
  10. 10부산시선관위, 내년 4월 총선 선거비용제한액 발표
  1. 1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2. 2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3. 3정부, 美 IRA 우려기업 발표에 긴급회의…"영향 면밀 분석"
  4. 4서면 NC백화점 9년 만에 문 닫는다…그 자리 46층 높이 4개 동 주상복합 추진
  5. 5소주 가격 낮춘다…정부, 국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
  6. 6다리 길~어 보이는 숏패딩, 올 겨울엔 ‘푸퍼 스타일’
  7. 7정부 "주요 김장재료 가격, 지난해보다 평균 10% 하락"
  8. 8식지 않는 글로벌 K-푸드 열풍…라면·김 수출 사상 최고 찍었다
  9. 9목발 투혼 최태원 “좋은 소식 못 전해 죄송”
  10. 10한국인 기대수명 52년 만에 첫 감소…83.6년→82.7년
  1. 13일, 부산, 울산, 경남 건조특보 발효...산불 등 화재 예방 유의
  2. 2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3. 3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4. 4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5. 5해경 부산항공대 대형헬기, 방공식별구역 밖 응급환자 병원 이송
  6. 6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7. 7엑스포 날개 꺾여도…가덕신공항 속도 낸다
  8. 8“사랑하는 엄마 아빠, 슬퍼말아요” 그림으로 되살린 故황예서 양
  9. 9근속수당 1만 원 인상 요구에 직장폐쇄…의료기기 공장 노사 마찰
  10. 10[카드뉴스]똑똑한 사람은 다 챙기는 2024년 혜택
  1. 1부산 아이파크 승강 PO 상대 2일 수원서 결정
  2. 2“건강수명 근육량이 결정…운동해 면역력 키워야”
  3. 3BNK도 극적 연패 탈출…서로를 응원하는 부산 농구남매
  4. 42030년·203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프랑스 알프스·미국 솔트레이크 확정
  5. 5박효준 빅리거의 꿈 포기 않는다
  6. 6우즈 7개월 만에 공식경기…캐디 누가 맡나
  7. 7정용환 장학회 올해도 축구 꿈나무 14명 후원
  8. 8류현진 연봉 103억원에 캔자스행 유력
  9. 9울산, '파크골프장계 8학군' 변신 시도
  10. 10허재 두 아들 형제매치 & 신·구 연고구단 부산매치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과정 통한 인재 발굴과 육성
최계락의 시동요 ‘꼬까신’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부산 스포츠 ‘마 함 해보입시더’
도청도설 [전체보기]
무인도는 죄가 없다
서울의 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참새구이와 어묵
일본의 계단식 논과 덴피보시
사설 [전체보기]
성장 잠재력 큰 부산 강서구, 인프라 확충 시급하다
내년 전망치 줄줄이 하향…한국 경제 탈출구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노인빈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이 답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을숙도 갈숲이 전하는 말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제25회 부산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