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와 공동체 구성원의 생활 근본과 그 질서를 형성하는 기본법이다. 국가 법체계에서 최고법의 지위를 가진다. 또한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으로 정치·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한다. 민주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9장 경제 부문 제123조는 ▷농·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농·어촌 종합개발계획의 수립과 시행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안정 도모로 농·어민의 이익 보호 등의 의무를 국가에게 엄중히 부여하고 있다. 이는 산업화 과정에서 정책적 우선순위가 밀려났던 농·어촌 및 지역경제에 대한 특별 보호규정으로서 국가의 필요한 지원을 통해 해당 지역 및 농·수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국가 목표로서 큰 의미가 있다.
과거 식량 공급과 외화 획득을 위한 수출의 주된 역할을 담당한 수산업은 현재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대표 산업이었다. 국민에게 귀한 식량을 저렴하게 제공했고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은 대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내적으로 조업어장 축소, 기후변화, 과도한 어획경쟁 등으로 연안과 근해의 어업생산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수입수산물 증가 및 어획물의 품질 저하 등으로 어업경영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양식업 역시 생산량이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고, 최근 인건비 전기료 등 생산비용 상승으로 양식 경영이 더욱 어려워진다. 과거 100만 t을 넘었던 원양어업 생산도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국제적인 규범 및 지역수산기구의 규제 강화 등으로 현재 40만 t 이하로 감소했다.
대외적으로도 올해 당장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가 우려되고, 메가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P) 등의 가입이 본격화될 경우 수산물 민감 품목을 포함한 관세 철폐로 국내 수산업계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메가 FTA의 경우 관세 철폐 외에도 환경과 노동에 대한 규범을 강조하고, 과잉어획을 초래하는 수산보조금 철폐를 요구하는 등 이에 대응한 우리나라 수산업의 구조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향후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젊은 신규 인력의 유입이 거의 없어 향후 수산업의 지속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또한 어가인구 감소와 어업인력의 고령화 등으로 어촌지역 경제가 악화돼 지역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이다. 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1차 산업의 수준에서 벗어나 바다식품제조업의 2차 산업, 나아가 양식업 등은 3차 첨단지식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산 선진국들은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 기지의 확대 등 글로벌화와 기업화를 진행해 수산물 수출을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식량위기에 대응한 자국 내 수산물 자급률 향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산업의 구조 개선은 소극적으로 진행됐고, 여전히 전통적인 1차 산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연 헌법에서 엄중히 의무를 부여한 수산업의 육성이 체계적으로 도모됐는지,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어촌지역 경제 육성이 적극적으로 지속돼 왔는지 등에 대한 신중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하면 수산물은 언제든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먹으면 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지금까지 정책과 예산 결정자들에게 팽배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수산업·어촌에 대한 국가 역할에 있어 헌법의 규정과 그 목적을 망각했던 것은 아닌지 국가와 지자체는 자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수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향후 다가올 수산업의 더 큰 대내·외적 위협들에 대해 헌법 정신에 입각해 슬기롭고,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