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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국가균형발전

김지현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균형발전연구센터장·특임교수

  • 김지현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균형발전연구센터장
  •  |   입력 : 2023-06-21 19:36:1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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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된 지 50여 년이 흘렀다.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벌어진 대도시와의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장등록세를 500% 부과하는 등 강력한 성장관리·성장억제정책을 추진했지만, 교통인프라가 공고하지 못한 부산과 경남은 광역권으로 상생하지 못한 반면, 서울은 수도권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프라, 축적된 자본과 문화역량 등으로 난공불락의 수도권 초집중이 가속화되었다.

2003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행정수도 이전 구상은 파격적이었다. 2005년 기본계획을 수립해서 10년 뒤인 2014년 94개 기관의 이전을 시작으로 2019년 총 153개의 공공기관이 비수도권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부산에도 해양, 금융 및 영화 관련 13개 기관이 이전해 왔다.

이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토부는 이전 대상이 500곳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판이 커진 이전계획에 지방도시들은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문제는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가 성공적이어서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공화국 또는 서울민국이라 할 만큼 도무지 멈추지 않는 수도권 초집중을 또 한 번 국가적 과제로서 극복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84.5%에 달하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비중을 35.2%로 낮추고자 했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이전을 완료한 후, 공공기관 현황을 살펴보자. 목표했던 35.2%는커녕 2020년 43.0%의 공공기관이 여전히 수도권에 있고, 금년에는 44.1%로 시나브로 늘어났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의 통폐합이나 신설 등으로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확정된 2005년 이후 새로 설립된 공공기관이 서울 65개, 경기도 13개, 인천 3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2차 공공기관 이전대상이 된다면 모든 면에서 국가적 손실이다.

다른 관점에서도 살펴보자. 2014년, 서울의 강남 한복판 2만4000평(7만9342㎡)의 한국전력공사 이전부지를 현대자동차가 10조5500억 원에 매입했다. 서울시는 이로 인해 25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지방세 수입을 확보했고 대도시,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법한 규모의 나대지를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는 여기에 본사, 판매시설, 전시컨벤션시설 등을 담은 글로벌비즈니스 센터(GBC)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토지규모가 210만 평임을 놓고 볼 때, 수도권으로서는 엄청난 세입과 함께 도시공간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보상으로 수도권 과집중을 규제하기 위해 수립한 수도권 정비계획을 수도권 발전전략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으며, 광역철도망인 GTX 4개 노선과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발표하던 해에 LH공사가 시행하는 2기 신도시 60만 호를 추진했고 2018년 30만 호가 넘는 3기 신도시를 지정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같은 전폭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이라 믿었던 것은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수도권의 인식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국토를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균형발전이 수도권을 하향평준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주체로서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그리고 중앙정부 역시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수도권의 초집중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도록 스스로 혁신해야 하며, 비수도권에서도 지자체의 역량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고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는 심정으로 혁신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책임만 가득한 권한이양이 아니라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힘, 재정력을 함께 이양해야 한다. 50년 전 성장억제 정책의 힘이 지금까지 이어오듯, 지금의 날갯짓이 희망이 되고 앞으로 50년 후의 기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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