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돼 부산 시민이 불안해했고, 이달 초에는 물비린내를 일으키는 물질인 ‘지오스민’이 환경부 감시기준(0.02㎍/L)보다 약 2배 높은 0.053㎍/L 검출됐다. 모두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근본 원인이다. 낙동강 유역환경청은 지난 12일 부산 시민 식수원인 물금·매리에서 1㎖(엄지손톱 크기의 부피)에 약 16만 개의 녹조 알갱이가 검출돼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물금·매리 지역의 조류경보는 무려 196일 동안 지속됐다. 올해도 최소 6개월 이상 조류의 독성물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녹조 관련 환경부의 정책 변화를 살펴보자.
환경부는 2018년 ‘보 개방에 따른 수질변화 및 녹조저감 효과분석’에서 조류 발생 원인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적시했다. 그것은 수온 상승과 일사량 증가, 농약·비료, 가축분뇨, 공장폐수 등의 오염물질 유입 그리고 인공구조물(보)로 인한 체류시간의 증가다.
또한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2020년 녹조발생기 보 운영·모니터링 계획(2020.5.25)’에서 ‘2017년 이후 13개 보를 개방·모니터링하여, 조류농도 감소, 동식물 서식환경 개선 등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금강의 경우 보의 수문을 열자 녹조가 95% 이상 줄었다는 관측 결과도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3년 6월 1일 ‘녹조 종합대책 시행…오염원 관리강화’라는 보도자료에서 종합대책으로 사전예방, 사후대응, 관리체계 등 3개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야적퇴비와 가축분뇨 관리’(사전예방) 및 녹조제거시설 집중투입과 취·정수 관리강화(사후대응)를 비상대책으로 추진하고, 국가녹조대응센터(관리체계) 건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2018년 환경부는 보의 수문을 열면 녹조가 저감되기 때문에 수문을 일부 개방했다. 그러나 2023년 환경부는 야적퇴비와 가축분뇨를 관리하면 녹조 사전예방이 될 것으로 발표했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야적퇴비와 가축분뇨 등을 잘 관리하기 위한 천문학적 예산은 확보했는가? 확보하더라도 비점오염원의 낙동강 유입은 피할 수 없다. 낙동강 보에 의한 ‘물 고임’ 현상을 완화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환경부는 질의응답에서 ‘녹조는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덤으로 녹조정책을 편다는 뜻이다. 녹조발생 3요소는 수온상승, 오염물질, 체류시간이다. 여름은 내년에도 오기 때문에 자연현상이지만, 오염물질을 저감하고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은 자연현상이 아니다. 오염물질을 저감시키는 데는 예산 확보가 어렵고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낙동강에서 체류시간 저감 방안은 너무나 간단하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 보의 수문 개방이 정답이다.
환경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에 근거한 부산시 수돗물 행정은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에 적절한가? 지난 14일 발표한 부산시 대책을 살펴보면 ‘고도정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실질적인’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단견(短見)이다. 낙동강 물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수처리를 하고, 고도정수처리를 한다는 의미는 낙동강 물이 더 더럽기 때문에 화학물질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정수과정에서 염소를 많이 사용하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부산물이 발생한다. 화학약품과 오염물질이 반응하면 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물질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낙동강 물이 깨끗해야 한다. 낙동강에 시퍼렇게 번식하는 녹조를 대폭 줄이는 정책이 필요한데, 녹조에 대해 부산시는 침묵했다.
환경부의 녹조정책에는 움직일 수 없는 지침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보 수문개방 불가’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본다. 그러니 모든 녹조정책이 ‘억지춘향’이고,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지금 낙동강에는 독성물질을 품고 있는 녹조 창궐이 시작되고 있다. 낙동강은 영남 주민들이 먹는 물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말 그대로 특단의, 그러나 상식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