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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양자 박테리아

김광석 부산대 교수·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교수
  •  |   입력 : 2023-06-12 19:55: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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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 하데스에 의해 명계로 납치된 페르세포네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어머니를 기다리다 하데스가 내민 석류알을 무심코 받아먹는다. 하지만 명계의 음식을 섭취했다는 이유로 결국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 데메테르 여신은 페르세포네가 이승으로 돌아와 머무는 동안은 세상을 생기 가득한 새싹과 풍성한 곡물로 가득 채우지만, 딸이 저승으로 돌아간 후에는 슬픔에 잠겨 대지를 차가운 바람만 부는 황량한 모습으로 방치한다.

비록 페르세포네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기는 하지만 동시에 두 세계에 존재하지는 못한다. 고양이도 그렇다. 마치 이승과 저승의 삶이 혼재된 원혼처럼, 높은 에너지와 낮은 에너지 상태에 그것도 50:50의 확률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물리의 기괴한 결론에 맞서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의 삶 같은 상식에 호소하고 싶었다. 즉, 원자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원자와 고양이를 연결하는 장치가 선택적으로 작동해 고양이의 생사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삶과 죽음이 뒤섞인 고양이를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자에서 양자물리는 분명 작동하고 있다. ‘측정’ 행위로 인해 특정 상태가 선택되기 전까지 원자는 두 에너지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며, 두 개의 파동이 포개진 것 같은 상태의 ‘중첩’은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로 사용된다. 문제는 고양이가 원자와는 다르게 두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고양이는 독립적으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중첩’ 상태에 있지 않으며 원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상자 속 고양이는 원자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표일 뿐이다.

고양이 대신 양자물리가 작동할 만큼 작은 세상의 생명체를 실험에 사용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박테리아. 광합성을 통해 살아가는 특정 박테리아는 빛의 양자상태인 광자 한 알을 먹고 높은 에너지의 ‘흥분’ 상태가 된다. 하지만 ‘흥분’ 상태의 에너지가 생체 에너지로 전환되기 전에 ‘광자’를 토해내면 다시 ‘무기력’의 낮은 에너지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삶’과 ‘죽음’이 중첩된 고양이처럼 박테리아도 ‘흥분’과 ‘무기력’이 동시에 공존하는 양자상태에 있을까?

빛은 상자 속 원자와 죽임 장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상자 속의 죽임 장치는 고양이에게만 영향을 주지만, 빛과 박테리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또한, 상자 속 벽을 반사율 높은 거울로 도배하면 빛과 박테리아 사이의 연결이 더욱 강화된다. 색깔이 같은 광자의 에너지 높낮이는 광자 수로 구분되므로 만약 박테리아가 광자 한 알을 뱉어내면 거울방 공간은 N개의 광자 상태에서 N+1개 광자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된다. 반면 거울 방의 광자 한 알을 흡수한 박테리아는 ‘무기력’ 상태에서 ‘흥분’의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된다. 즉, 거울 벽의 높은 반사율 덕에 박테리아가 ‘흥분’과 ‘무기력’을 오가는 동안, 빛은 추가적 광자 한 알의 ‘소멸’과 ‘탄생’을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N개의 광자-흥분 박테리아’ 상태와 ‘N+1개의 광자-무기력 박테리아’ 상태가 보강과 상쇄의 방식으로 ‘중첩’된 두 개의 새로운 ‘얽힘’ 상태가 형성되는데 이 에너지는 ‘얽힘’ 이전의 박테리아나 광자와 비교해 확연히 다른 값을 가진다. 마치 반인반수처럼 빛과 박테리아가 구분할 수 없게 뒤섞인 양자상태가 놀랍게도 최근 상온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박테리아에게 ‘흥분’과 ‘무기력’이 공존하는 상태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인간 관측자에게 박테리아의 삶은 확률적 평행 우주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관측되지만, 박테리아는 둘 중 하나의 상태만을 경험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박테리아가 자신의 ‘흥분’ 상태를 인지하고 인간 관측자에게 그 정보를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인간 관측자에게 보였던 ‘중첩’과 ‘얽힘’의 모든 환영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박테리아 햄릿의 실존은 공개되지 않으므로 양자적이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a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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