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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대한민국 3대 김치?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6-11 19:31: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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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식점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당연하고 익숙한 순서대로 망가진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밥과 김치가 대표적이다. 당연한 음식일수록 가격 저항이 크다. 공기밥 한 그릇의 가격은 20년 전에도 1000원이고 지금도 1000원이다. 김치는 ‘공짜’가 원칙처럼 되었다. 그러니 원가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어떻게든 싼 가격의 쌀을 구매하고, 식탁에 오르기만 하면 욕먹을 일은 없으니 중국산 공장 김치라도 올려야 한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한국 음식의 근간부터 무너지고 있다.

다금바리 진국을 넣어 만든 ‘진미명가’의 김치.
음식을 탐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년째 ‘쌀과 밥’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최소한 내 강의를 수강한 많은 외식업체는 밥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밥에 대한 많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김치의 경우 칼럼 강의 토론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치 가격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음식점을 평가할 때 김치를 직접 담가서 내놓는 집과 사서 내놓는 집을 구분한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어떻게든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곳의 김치는 맛 칼럼니스트로서 내가 꼽는 우리나라 3대 김치다. 이 음식점들에서 담그는 김치는 몇 가지 공통점 있다. 우선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당연히 발효의 정점에 이른 김치맛을 자랑한다. 그러니 단골들은 “돈은 얼마든지 낼테니 조금만 팔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다른 손님께 낼 양도 부족하다”며 요지부동이다. 대신 “가게에서는 얼마든지 드셔도 된다”고 강조한다. 궁극의 김치가 궁금하신 분들은 일부러라도 찾아가 보시길 권한다. 김치가 한국 음식의 최고봉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김치는 드셔야 한다.

서울시 종로구 ‘신성일식’의 갈치 김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일식집이다. 광화문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시절 수많은 정재계 인사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숙성된 대물 생선회와 민어 매운탕 등이 유명하지만 신성일식의 단골들이 첫손에 꼽는 음식은 토막 낸 갈치를 넣어서 담근 김치. 식해처럼 뼈까지 삭은 갈치와 시원한 김치의 맛이 일품.

전라남도 강진군 ‘다강한정식’의 묵은지: 강진군은 묵은지를 지역 전략산업으로 선정, 30여 제조업체를 모아 사업단을 구축했다. 그중에서도 다강한정식의 묵은지는 대내외적으로 최고라 정평이 나 있다. 사골국물에 끓인 찹쌀죽을 기본으로 돼지목살 새우젓 멸치젓 사과 배 등의 갖은 재료를 갈아 넣은 양념으로 담근 김치는 2년 쯤 숙성 됐을 때 최고의 맛을 낸다.

제주도 서귀포시 ‘진미명가’의 다금바리 김치: 진미명가는 우리나라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다금바리 전문점. 진미명가에서 2인분에 25만 원 다금바리 코스를 먹는 고객들은 마지막을 가장 기대한다. 회를 뜨고 남은 다금바리 뼈를 우려낸 진국과 그 진국을 넣어서 담근 김치 때문. 진미명가를 찾는 전국의 유명 인사들이 너도나도 탐내는 김치지만 오로지 다금바리나 돌돔 코스를 먹어야만 만날 수 있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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