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을 때는 밥 먹을 시간이 된 지는 배꼽시계로 알 수 있었다. 배꼽시계로 식사를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끼니때가 많이 남았는데도 배가 고프면 식사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그림= 서상균 기자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배꼽시계를 잊고 있다. 때가 되어도 울리지 않는다. 배고파서 한 끼를 먹기보다는, 식사 때가 되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먹는다. 왜일까?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량이 적당하면 보통 식후 2~4시간이 되면 배꼽시계가 켜진다. 이때가 되면 위장은 텅텅 빈다. 췌장의 인슐린은 섭취한 탄수화물을 간과 세포 속에 모두 저장한 상태다. 올라갔던 혈당이 다시 정상이 된다. 이후 혈당 유지는 다른 췌장호르몬인 글루카곤이 담당한다. 혈당이 정상보다 떨어지면 간에 저장된 당분을 분해해서 정상으로 올린다. 다음 끼니때까지 저혈당에 빠지지 않게 한다. 식사를 적당히 하면 다음 식전에 배꼽시계가 켜진다. 그러나 과식했다면 때가 되어도 켜지지 않는다. 많은 현대인은 그런 상태로 식사 시간을 맞이한다.

많이 먹으면 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적당히 먹으면 다음 끼니때까지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과식하면 혈당이 정상이 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다음 끼니때까지 정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혈당이 높은 상태로 계속된다. 그러면 몸에 문제가 생긴다. 필요보다 많이 섭취된 당분이 간에 쌓인다. 그 상태로 장시간 지나면 지방간이 된다. 지방간은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대사성증후군 심장병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만병의 근원이다. 한 끼를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적당한 한 끼는 다음 식사 전까지 배가 고파지는 것이다. 공복감이 있으면 한 끼 식사가 꿀맛으로 변한다.

적정 식사량을 정하는데 배꼽시계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기계를 쓰지 않아도 되고, 생리적 신호에 의존해서 식사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지만 한식의 대략적인 영양 구성은 탄수화물 60~65%, 지방 20~25%, 단백질 15%다. 영양 권장에 비해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편이다. 탄수화물 비율을 줄인 한식을 먹으면서 배꼽시계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체중조절을 할 수 있다. 식전의 약간의 허기를 감내하면 탄수화물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뇨의 위험성이 줄어든다. 전체적인 열량 섭취와 지방섭취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과 고지혈증도 예방할 수 있다.

오늘날 배꼽시계의 성능은 예전 같지 않다. 소식을 하는데도 식사 시간에 배고프지 않은 사람이 많다. 과거에 비해 음식에 지방 성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방은 고열량이고, 소화되는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지방성분이 많으면 공복감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래서 식사시간에도 배꼽시계가 울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식이와 신체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살기 원한다면 조금 배가 고픈 것을 즐길 만하다. 배고픈 동안 몸에 많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혈당을 유지하기 위하여 간에 쌓인 당분과 지방이 분해되면서 지방간이 좋아지고, 복부지방도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오늘날 우리는 식사 시간 전에 울리던 배꼽시계의 존재를 자주 잊게 된다. 공복감 때문에 한 끼를 먹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먹는다. 과식하거나, 지방이 많거나 신체활동이나 운동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식사 시간에 배꼽시계가 열심히 울리게 해 보자, 식사량을 조금 더 줄이자. 음식에서 지방을 줄이자. 몸을 좀 더 움직이자. 운동을 더 열심히 하자. 그러면 가능할 것이다.

풍요시대의 건강은 몇 가지에 달려있다. 잘 먹으나 많이 먹지 않는 것, 많이 움직이는 것, 부족한 신체 활동을 운동으로 보충하는 것, 절제하는 여유로운 삶으로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끼니 전 약간의 배고픔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그것은 풍요시대를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소박하면서도 효과적인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