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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평양 도서국 기후위기 먼 산의 불 아니다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

  •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
  •  |   입력 : 2023-05-22 19:22:4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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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도서국은 국토 대부분이 해발 5m 미만의 저지대여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태풍과 해일 등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016년 남반부의 역대급 사이클론인 ‘윈스턴’에 의해 피지 국내총생산의 30%가 넘는 14억 달러의 피해가 났다. 2020년에는 시속 200㎞ 풍속의 사이클론 ‘해럴드’로 피지, 통가, 솔로몬제도, 바누아투가 초토화됐다. 특히 바누아투 산마지역 거주 인구 90%가 집을 잃었다.

그러면 태평양 도서국 주민이 기후변화로 겪는 자연 재난의 현실은 구경만 해도 되는 먼 산의 불일까? 먼 산의 불도 방심하면 예상치 못한 풍향과 불길로 우리 집으로 옮겨붙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태평양 도서국의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재난이 우리에게도 곧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의한 각종 위험을 인식·공유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은 공염불이 된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위험을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뉴욕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저지대 해안가에 사는 9억 명, 즉 지구상 사람 10명 중 1명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2022년에 기상청과 APEC 기후센터가 낸 ‘하천 유역별 극한 강수량의 미래변화 분석’ 결과를 보면 현재처럼 탄소 배출이 계속 늘면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일(누적) 극한 강수량이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 29%, 중반기(2041~2060년)에는 46%, 후반기(2081~2100년)에는 53% 증가한다. 즉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극한 강수량의 증가 폭이 늘고 폭우 가능성이 높아져 홍수·침수 피해 확률이 커진다. 태평양 도서국 주민이 현재 겪는 기후 재난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해 준다.

둘째, 기후변화 위험이 훨씬 심각한 태평양 도서국의 경험에서 효과적이면서 적합한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피지의 사탕수수 산업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2000년대 이후 피지의 가뭄과 홍수 등 기후환경 급변으로 사탕수수 성장이 나빠졌다. 이에 피지 정부는 생산성 제고를 위해 주로 비료 보조금 확대 및 농지 도로에 집중 투자했다. 이런 조치는 기후와 사탕수수 재배 간 연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해 비롯됐다. 결국, 사탕수수 재배 농가의 수입이 하락해 많은 농부가 사탕수수 재배를 포기해야만 했다.

반면 이전에 환경 파괴에 앞장섰던 피지 관광업계는 기후 영향을 이해하고, 지구 온난화 속도를 줄이고자 친환경적 개발을 채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2020년 피지 국민총생산의 16%까지 떨어진 관광산업은 지난해 관광 수입이 2019년 대비 80%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E) 사회적 책임경영(S) 지배구조 개선(G) 등 투명경영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ESG 경영활동을 도입하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늘고 있다. 국정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에 공공기관과 기업이 적극 동참해 범사회적 기후행동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태평양 도서국에 관한 기후위기 대응 지원을 통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 모범·선도국가로서 국가경쟁력의 중요 척도인 국가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다. 유엔에서 여타 국가와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14개 태평양 도서국과 안보·경제 분야 협력 기반을 확대해 한국의 외교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현재 14개 태평양 도서국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심화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참치 어획량 69%를 차지하는 수산 자원과 상당한 심해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정부는 이들 국가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은 공동번영을 위한 포용적·지속적 동반자 관계의 바탕 위에 기후변화는 태평양 도서국에는 생존 문제라는 가정 아래 출발한다. APEC 기후센터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와 함께 기후정보에 근간한 태평양 도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동반자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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