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소리 없는 포화 속에 북한과 총을 맞댄 정전 국가다.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시행하지만 군부대 해체는 심각한 실태이다. 군인 수가 국방력이던 육군의 60만 대군이 이제 그 절반인 30만 명대로 줄었다. 2035년 병사 수를 30만 명으로 유지하려면 현역 판정이 101%가 돼야 한다. 2018년 제1야전군사령부와 제3야전군사령부를 시작으로 6군단, 9군단, 11군단 등이 해체됐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군부대 해체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주장했던 인구절벽이론이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노인 고령화는 급속도로 증가한다. 젊은이들은 더 나은 일자리, 높은 급여와 삶의 질을 위해 대한민국을 떠나고 있다.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재난, 이것은 현실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최고의 빌런 타노스는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명체의 절반을 학살해 사라지게 한다. 지구의 영웅들이 막으려 하나 역부족이었고 남은 이들은 사라진 이들을 그리워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1960년대부터 세계 정부들은 인구과잉 문제에 대처했지만 현재 선진국들은 인구과잉이 아닌 인구감소의 재난 수준, 아니 인구멸종 단계의 충격적 문제에 당면한다. 그중 저출산은 우리나라 인구감소의 주범이다. 한 반에 60명이 넘던 콩나물시루교실, 그마저도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과 오후반 나눠 등교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이런 말들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과유불급일까? 대한민국 또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며 인구감소 문제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됐다.

다른 요인은 인구 고령화다.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20년 15.7%에서 2067년 42.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 사회 중 하나다. 사람들은 더 많은 건강관리, 연금 및 기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는 오롯이 남겨진 경제인구의 몫으로 역삼각구조로 변하는 인구 피라미드는 증세와 국민연금 부족으로 인한 불우한 노후로 이어지며 젊은 세대들의 출산율 감소와 직결된다. 이민 또한 인구 감소에 기여하는 또 다른 문제다.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떠난다.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력이 줄고 국가의 경제성장을 지탱할 사람이 적어진다는 것은 복지와 경제 사회 전반에 부담을 주고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멸종 확정이고 일본도 심각하다”는 조던 피터슨(캐나다 토론도 대학 심리학 교수)의 주장이나 “지금처럼 아이를 안 낳으면 인류는 멸종할 것이다”고 말하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의 주장은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산률 만년 꼴찌인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 위기는 극명하다. 통계청이 2022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는 2017년 이후 계속 감소해 5143만 명에 이르렀다. 사상 첫 연간 출생률 25만 명 아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률이 1명을 밑돈다. 출산률 저하는 ‘경제적 불안정’과 ‘높은 양육비’의 문제다. 중국의 한 연구소에 의하면 한국은 18세까지 양육비가 GDP의 7.79배(독일 3.6, 오스트레일리아 2.2, 프랑스 2.4)로 세계 1위다.

정부는 현금성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중장기 해결책은 요원하다. 부모급여와 육아휴직 연장 등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개인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 정책에 더해 기업의 사원복지 제도를 손질해야 하고, 청년들의 가족형성기를 보호할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해 생명의 존엄성과 사랑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복지는 한정된 예산을 현명하게 배분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인구문제만큼은 노인, 1인 가구보다도 출산율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넘쳐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