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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피리와 히치리키

김지윤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김지윤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3-05-21 19:49: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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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국립부산국악원에서 흥미로운 렉처 콘서트가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음악과 일본음악’ 주제로 일본 음악학자인 동경예술대 우에무라 유키오 교수의 강연과 일본 황실의 행사에서 일본 아악을 연주하는 ‘일본 궁내청 아악부’ 출신 연주자들의 춤과 연주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달 초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일본 전통 관악기인 히치리키를 선보인 연주자와 필자.
필자는 유키오 교수가 서울대 국악과에서 유학하며 조선시대 고취악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날 강연은 조선통신사 사절단이 경험했을 일본의 전통음악과 일본인이 본 조선의 음악에 대해 기록한 도상자료와 문헌으로 400년 전 양국의 문화교류 양상을 총망라한 한일 음악교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한양에서 에도, 지금의 도쿄까지 왕복하는데 길게는 1년이 걸리고 규모만 평균 400여 명에 이르렀을 외교사절단의 이 대규모 대장정에 대해 그들이 경험한 한일 양국 교류를 기록한 행렬도 기행문 보고서 등 문화교류의 기록물은 그 가치가 인정돼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한일 공동 등재됐다.

이날 무대공연으로 일본 아악의 고마가쿠(高麗樂) 음악인 가면을 쓰고 추는 2인무 ‘나소리’와 음악만 연주한 ‘린가’를 선보였다. 악사들은 무릎을 꿇은 채 연주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양반다리로 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본의 전통 관악기인 히치리키는 당나라 시대에 일본으로 전해진 후 토착화 과정을 거쳐 일본아악 중 고려악인 고마가쿠의 주선율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피리와도 겹리드 악기로 치면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아서 이날 연주한 히치리키 연주자는 한국의 피리에도 관심이 많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고마가쿠라 불리는 고려악은 7세기 무렵 한반도 음악인 고구려악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음악에 발해악까지 더해 고려악 고마가쿠로 통칭하며 우방악으로 중국의 당악 도가쿠를 좌방악으로 분류해 현재의 일본 궁중 아악인 가가쿠를 완성했다. 이 고려악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전승되지 않고 일본에 그 음악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고려시대에 송나라 궁중에서 사용하던 제례음악인 대성아악과 악기를 들여오면서 궁중음악으로서 각종 제사와 연향에 쓰였고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를 모시는 문묘제례악으로 전승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왕조가 사라지면서 전승이 완전히 단절된 문묘제례 의식은 문화혁명 이후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때 한국에서 전승되는 문묘제례악과 문묘제례 의식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음악 분야 중 민족음악학 음악인류학처럼 민족이나 지역에서 사용되는 음악을 매개로 하여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파악하고, 대륙이나 나라 간의 문화적 상호작용과 전파를 통해 그들의 삶에 어떤 기능을 하고 영향을 주며 변화 발전했는지를 그 양상이나 특징을 거시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1500년 전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지역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전한 대륙의 한·중·일 문화와 음악교류는 현재 각 나라의 정서에 맞게 토착화돼 전승되고 있다. 피리와 히치리키는 한국과 일본의 전통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악기다. 대륙을 통해 전해진 악기는 그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그 나라의 음악적 특징과 독특한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조선통신사 악사들이 일본에 가서 삼국시대 때 일본으로 전해진 고려악을 본 소감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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