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산하기관이며 미국 노화 연구의 총사령탑이다. 워싱턴DC 외곽 베데스다 지역에 본부를 두며, 직속 연구기관인 노화연구센터는 볼티모어시 존스홉킨스의대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노인 인구가 11%였던 1974년에 미국 의회가 노화와 노인건강에 관한 미국 내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국립노화연구소 발족을 승인했다. 이 연구기관의 설립 목적은 ‘노화의 원인과 과정 등을 이해함으로써 노인이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화가 개체마다, 그리고 개체에서는 장기별로 차이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노화에 대한 기존 인식을 전환했고, 노화가 향후 가져오게 될 사회변화와 노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연구를 이끌어 왔다. 보건·교육·복지 관련 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국가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의학과 임상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분과가 함께 포진돼 있다. 올해 예산은 36억1800만 달러(약 4조6934억 원) 규모다.

일본은 노인 인구가 7%인 1972년 동경도립노화연구소가 설립됐다. 이후 2004년 노화에 따른 질병, 노화 프로세스, 고령자 특유의 문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를 설립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노화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 NCGG)는 일본의 6개의 국립의료센터 중 하나로 노인의학 중심의 병원과 연구소로 구성돼 있으며 노화 과정의 규명과 조절, 노인성 질환의 발병 기전 규명과 예방 및 치료법 개발, 고령자의 생활개선 방법 개발, 노인 관련 의료인력의 역할 연구, 의료·간호에 필요한 지원기기 개발 등 통합적 노화 연구를 수행하는 장수의료 연구에 관한 일본의 중심적 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노화연구소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1990년 5월 정부가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 등의 사례를 들어 ‘한국노인연구원(가칭)’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고,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립노화연구원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부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했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4차례 걸친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대상 신청이 설립 근거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 결정이 유보됐다. 그러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국립노화연구소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국립보건연구원 산하에 국립노화연구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인구는 18.4%이며 949만9933명이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 상황에서 노화 연구 및 노화 관련 지원을 수행하는 국가 차원의 노화연구소의 설립이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부산의 경우 노인 문제의 종합 관리 및 의·약학적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부산노화문제연구소’를 1998년 설립했다. 노인의 건강수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연구, 국내외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상호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다. 이후 1999년 ‘한국노화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4년 9월 전국 최초로 국립노화종합연구원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2005년 10월 부산시와 함께 일본 국립장수과학연구원과 의향서를 체결하고 협력 연구를 계획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부산의료원 부설 임상노화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에도 한국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을 촉구하고 부산지역에 유치해야 하는 타당성과 경제성 분석을 시행했다.

2021년 11월 65세 인구가 20.3%가 돼 버린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 5번째, 국내 대도시 1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특히 부산의 경우 미국 일본의 노화연구소와는 다른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리빙랩 기반의 실용적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가장 빠른 5G 속도, 서구 의료특구, 스마트 에코델타시티 기반 디지털 융합 등 노화연구소가 부산에 설립된다면 의료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실증형 연구소로 글로벌 헬스케어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다양한 대학과 병원, 의료산업기술 지원센터(전 고령친화산업센터), 금융특구 등을 보유한 부산은 노화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의료관광 마이스 금융 산업 등으로 노화연구소의 업적을 다양하게 전파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발전을 이끌었던 1960년대생의 은퇴를 앞둔 지금 그들을 위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시대 젊은이들이 부산에서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기술로 노인을 위한 새로운 연구와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보자.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는 부산이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을 계기로 희망적이고 활기찬 도시가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