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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부산 갈매기’의 꿈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5-02 19:43: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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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1년만에 정규시즌 단독 1위에 오른 부산 사직야구장 현장은 뜨거웠다. 만원 관중은 ‘부산 갈매기’를 떼창하면서 신바람이 났다. 롯데 팬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최적의 응원가가 사직야구장에 울러 퍼졌다. 가수 문성재가 1982년 발표한 ‘부산 갈매기’가 힘찬 날갯짓을 다시 하는 셈이다.

부산과 갈매기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이자 시민과 전국 곳곳의 부산 출신 사람들의 애향심을 자극하는 애창곡이다. 팬들이 ‘부산 갈매기’를 대표 응원가로 널리 퍼트린 덕도 컸다.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꽃처럼 어여뻐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파도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구슬픈 음색에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사 내용 또한 밝지 않아 응원가로는 적합하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롯데 우승’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 노래는 롯데가 오랜 부진을 털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8년 응원가로 가치를 드높였다. 한국프로야구(KBO) 최초의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 시절이었다. 사직야구장에서 롯데가 역전했을 때나 역전의 실마리를 찾아갈 때 ‘봉다리’를 머리에 쓴 관중들은 신문지를 흔들며 ‘부산 갈매기’를 열창했다. 장엄했다는 평까지 받은 이 풍경에 상대팀 선수들은 위압감을 느꼈다고 한다.

로이스터는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마지막 홈 경기 때 ‘부산 갈매기’를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경기 중 수없이 들어 곡조를 흥얼거릴 정도였던 모양이다. 로이스터는 2008년 9월 28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홈 경기 시작 전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과 함께 ‘부산 갈매기’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로이스터는 다음 시즌 우승하면 ‘부산 갈매기’를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그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21년 롯데의 두 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래리 서튼 체제가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KBO 사상 첫 외국인 선수 출신 감독인 서튼은 승리나 패배할 때 구분없이 ‘원 팀’을 강조한다. 일부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팀 플레이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번 ‘봄 시즌’을 잘 치른 롯데의 ‘여름 시즌’을 더 주목하기 마련이다. 2023년 롯데의 ‘가을 야구’ 시작과 끝을 서튼의 ‘부산 갈매기’ 열창으로 장식한다면 환상적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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