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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진심은 보편적 가치 속에 녹아있어

온 세상 반목·질시 뒤범벅, 인간미·예의 찾기 어려워

어머니·아버지 주제 전시, 평범의 중요성 깨우쳐줘…정치도 국정도 마찬가지

박철규 국립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장

  • 박철규 국립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장
  •  |   입력 : 2023-04-26 19:40:1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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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할 때 어떻게 하면 각광을 받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거기에다 민족주의를 넘어 자유와 평화 인권,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좇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얼마 전, 지인이 모 교회에서 열고 있는 ‘어머니 전(展)’의 관람을 권했다. 이 전시는 2013년부터 진행돼 벌써 10년째인데, 수십만 명이 호응했다는 것이다. 사실 몇 차례의 권유에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한지 궁금하긴 했다. 리플릿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워, 채근하여 지인과 함께 관람했다.

관람 내내 일상 속의 아주 평범한 우리들의 어머니를 전시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전시기법조차도 특이할 것도, 고비용의 디지털 기술도 없는 평범 그 자체였다. 어머니란 존재 자체가 누구에게나 공감력이 높은 데다, 진심을 담아서 전할 수 있는 무한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저수지였던 것이다. 이 전시를 기획, 준비하신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전시는 ‘희생, 사랑, 연민, 회한, 아 어머니!’ 등의 주제로 ‘엄마, 그녀, 다시 엄마, 그래도 괜찮다, 성경 속의 어머니’로 구성됐다. 기성 문인과 문학 동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투고된 독자의 글과 사진 등 160여 점을 함께 전시해 공감대를 확장시켰다. 아주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람을 마친 나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단지 소품을 활용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재현해 놓았는데, 디지털 기제는 도저히 줄 수 없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관람 후 여러 사람이 이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결국 그 어떤 강박에서 벗어나 일상에 주목하고 평범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번엔 ‘아버지 전(展)’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단박에 관람을 결심하고 지인들과 함께 갔다. 정식 명칭은 ‘진심, 아버지를 읽다 전(展)-그 묵묵한 사랑을 위해’ 였다. 제목을 정하면서 아버지의 진심까지 헤아려 주길 바라는 중의적 의미를 사용하는 디테일까지 선보였다.

이 전시의 테마는 ‘아버지 왔다. 나는 됐다. 아비란 그런 거지, 잃은 자를 찾아 왔노라’ 였다. 전시에는 어머니 전과 같은 수의 글과 사진, 소품 등으로 채워졌으며, 시인 나태주 정호승 등 기성 작가의 작품들과 독자들의 사연 사진 등이 어우러졌다. 특히 특별 존 ‘격동의 시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는 한국전쟁, 파독 광부 파견, 베트남 참전 등 격동기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강제 동원된 어머니와 아버지가 빠졌다고 지적하면 욕심일까.

전시 패널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2004년, 영국문화원이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70개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어머니’였다. 열정 미소 사랑 등이 그 뒤를 이었고, 막대 사탕, 딸꾹질도 70위 안에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아버지’는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20년쯤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비슷한 시기에 소개된 ‘아버지로 산다는 것’이란 번역서는 현대를 사는 우리 사회 아버지들의 변화된 삶의 양상 일부를 반영하면서, 당신은 자녀에게 ‘친구’인가 ‘통장’인가라고 질문한다. 과거 마초들은 아버지란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는? 밥 도! 자자’라는 세 마디만 하면 된다고 우겨대곤 했다. 한때 세간의 논란이 된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여자 대 남자, 여성 대 남성, 아줌마 대 아저씨같이 대립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어떨까. 그러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예의가 조금씩 싹 트고 묻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훨씬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전’에 이어 ‘아버지 전’ 또한 멋진 전시였다. 흔히 자식은 아비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전시를 함께한 동료들은 잊고 살았던 내 아버지의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가족 간의 깊은 애정과 지나간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의 짙고 묵묵한 사랑과 옛 향수를 느꼈다고 한다.

이 두 전시가 긴 시간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은 보편적 가치를 녹여 넣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반목과 질시, 독선과 오만으로 뒤범벅된 것처럼 보여 어지럽다. 너무나 인간미가 없어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 같아 보인다.

결국 일상에 주목하고 평범함 속에서 답을 찾고 진심을 담아야 한다. 구정도, 시정도, 국정도,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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