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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빛바랜 ‘상생 규제’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4-12 19:34:0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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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골목 상권 보호’는 사회적인 화두였다. 24시간 매장 불을 밝히고 성업 중인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를 비롯한 소상공인이 생존권을 위협받으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지자체의 대형마트 규제 재량권이 신설됐다. 전통시장 매출 도움과 대형마트 근로자 휴식 보장 등을 위한 ‘골목 상권 상생 법안’으로 평가받았다. 전국 지자체가 영업 규제 재량권을 속속 행사했다. 결국 2013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대형마트는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매달 2, 4째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규제였다.

행정소송까지 제기됐다. 1심과 항소심 판결은 완전히 엇갈렸다. 2013년 9월 1심 법원은 “공익 달성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전통시장에 도움이 안 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다. 2015년 11월 대법원이 “영업 규제는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다”고 하면서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사실 대형마트 휴업일에 소비자가 장 보러 전통시장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견이 많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매출 동반 감소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제한은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만 이득을 안겨줬다. 2013년 대형마트 국내 매출 규모는 39조1000억 원, 온라인 유통 채널은 38조4000억 원이었다. 10년이 흐른 지난해 유통 채널 매출 규모는 187조 원으로 확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34조5000억 원으로 5조 원가량 줄었다.

대한상의가 그제 발표한 ‘유통 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조사에는 한국유통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프랜차이즈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소속 108명이 참여했다. 응답자 중 76.9%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최대 규제 수혜 업태로는 온라인쇼핑(58.3%)을 꼽았다. 이어 식자재마트·중규모 슈퍼마켓(30.6%), 편의점(4.6%) 순이었다.

유통시장 구조와 소비자 구매 형태는 시대 흐름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대기업도 대형마트 이익 창출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골목 상권의 적이 대형마트가 더는 아니라는 게다. 비대면 온라인 소비가 익숙해진 현실에서 오프라인 매장만 규제한다면 시대착오적이다. 빛바랜 ‘상생 규제’를 밀어내고 새로운 유통 혁신 정책이 요구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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