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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트럼프 기소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4-04 19:45: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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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45대 대통령을 지냈다. 미국은 당대표라는 직위는 없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서 존재감이 큰 정치인이다. 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고자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을 통해 합의금 13만 달러(약 1억6880만 원)를 회삿돈으로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인들은 건국 이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며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등 대표자에게 넓은 재량권과 법적 면책권을 부여했다.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사법기소는 금기로 여겨졌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1974년 사임 후 기소될 위기에 처했으나 후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엄격한 법치로 인해 민주주의 전통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논리가 이제 미국 사회에서 대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이제 제3세계 국가가 됐다”고 썼다. 전 대통령 기소가 정치 선진국인 미국이 아닌, 부패와 내전이 일상적인 국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현지 언론은 기소 결정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한국과 비슷한 정치 보복과 분열로 치달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기소 결정은 지지층 결집을 부추기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소 후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경쟁자들 사이에서 차기 대선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정치 탄압에 맞서는 투사이자 순교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지지층을 묶어내고 있다. 정치 후원금도 쏟아진다. 기소 결정이 난 당일에만 미 전역에서 트럼프에게 후원금 400만 달러(약 52억 원)가 쏟아졌다. 이 중 25% 이상이 첫 후원자였다. 그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살해협박 편지를 받는 등 집중 공격의 타깃이 됐다.

트럼프는 심문 하루 전인 3일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그는 앞서 “한때 위대했던 우리나라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4일 법원에 출석해 진술을 마친 뒤 곧바로 플로리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유무죄 여부를 다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을 혼란과 사회 분열을 미국 사회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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