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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정치에 염소를 매야 하나

균형발전·자치분권 회의, 조정·합의기구 없어 공전

지역발전정책 공백 발생…지방시대위법 처리 시급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23-03-12 19:21:0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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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통령과 시장·도지사들이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과제를 논의한다. 안건이 의결되면 중앙과 지방정부가 관련정책을 추진하는 구조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는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체하기로 한 지방시대위원회는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다루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중앙지방협력회의이다.

그런데 이 회의체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다. 중앙정부의 핵심 카운터 파트는 시도지사협의회이다. 안건은 시도지사협의회가 시·도로부터 받은 과제를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해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안건은 보고나 경과보고로 대체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부처에서 이견을 보이면 실행을 위한 의결이 아닌 보고안건이나 경과보고안건이 된다. 이견 조정을 위한 TF 운영이나 추후 협의한다는 식이다.

국가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확대를 다루는 의제는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재정과 행정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요청하는 자치권과 예산권을 중앙정부가 순순히 내어줄 리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 개막 의지가 정책조정과정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투영될 수 있는 과정과 수단이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런 역할을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맡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서 논의되는 균형발전 및 자치분권 의제에 대해 두 위원회가 중앙부처와 실무적으로 조정과 합의를 상당수준까지 압박하고 강제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중앙정부에 요구한 대정부 정책건의에 대한 결과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시도지사협의회가 건의한 32건 가운데 수용 12, 수용곤란 7, 장기검토 13건으로 처리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는 20개 건의 가운데 수용이 1, 수용곤란 7, 장기검토 7, 미회신 5건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지방시대위원회 설치가 지연된 것이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조정과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두 과제는 하나같이 미래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안이다. 미래전략 산업 육성과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 등이 다 균형발전, 자치분권과 연관돼 있다. 게다가 여러 중앙부처가 얽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경과보고안건으로 채택된 지방교육재정 합리화 방안만 보더라도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이 ‘추후 협의’하자고 버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국가 교육재정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안은 오랜 논의를 거친 사안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행정의 효과성과 지방행정의 종합성, 책무성 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안건으로 채택된 이 문제도 중기부 환경부 고용부 등의 반대로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부처에 전달하고 조정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다 된 시점까지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지방시대위원회법안)은 민주당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민주당은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라는 두 국정과제를 합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부터 본격화된 역대 민주당 정부의 균형발전 자치분권 업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불편한 감정도 섞여 있는 것 같다. 두 국정과제가 입법미비로 표류하는 만큼 지역민의 고통은 가중된다. 한국의 미래 대응 전략도 차질을 빚는다. 오히려 지방시대위원회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에 속도를 내도록 압박해야 한다. 법 통과이후 정부가 미적대거나, 두 업무를 하나로 뭉친 결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정부 여당에 따지면 된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여야나 진영간 이견이 큰 사안이 아니다.

대추나무는 봄에 심는 묘목으로 인기가 높다. ‘나무박사’로 알려진 박상진 선생은 ‘우리나무의 세계’(김영사)에서 ‘열매 씨 잎은 물론 나무도 쓸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추나무가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않으면 주인은 속이 탄다. 이 때 대추나무에 염소를 매어두면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성정에 먹성이 좋은 염소가 대추나무를 흔들고 껍질을 씹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자손번식 본능을 발동한단다. 한국정치가 국민의 고통을 덜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본래의 역할을 외면하는 걸 더 보는 것도 괴롭다. 정치인들 다리에 염소라도 묶어봐야 하나.

손균근 서울본부장·㈔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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