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공학의 날 (World Engineering Day, WED)’이다. 공학이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2019년부터 기념되고 있다. 공학은 과학적 이론과 지식을 실질적인 문제 해결 적용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우리의 삶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공학의 중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대학 입시는 이공계 학생들의 보건의료 쏠림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공계 학생들의 등록포기, 중도 탈락은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다. 대기업 취업이 확실시되는 모 대학 반도체학과 1차 합격자 전원 등록 포기는 충격적이었다. 급기야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서도 의대를 신설하여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겠다는 웃지 못할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그 모습이 올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10여 년 전 ‘…. 과학기술의 힘’이라는 구호로 진행된 과학의날 행사 때 일어난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대통령과 함께 도약을 위한 멋진 퍼포먼스를 했고 큰 박수로 행사가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옆에 서 있던 아이에게 친근하게 물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예상된 답은 핵물리학자, 생명공학자 등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의 대답은 거침없이 “김연아 언니 같은 피겨스케이트 선수”였다. 당황하신 대통령께서 옆에 남자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연예인요….” 결과적으로 10명에게 모두 물었고, 과학자라는 답은 마지막 남은 예의 바른 2명에게서 겨우 받아냈다. 이 아이들이 지금 2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을 것이고, 과학자나 공학자의 길을 걷고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선진국 대열에 이미 진입한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과학기술력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수준을 근거로 하고, UN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1960년대 초반까지 가장 가난했던 우리나라는 HDI 2022년 보고서 기준으로 세계 19위 (미국이 21위)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의 US News는 2021년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 6위 (미국 1위)로 발표했다.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은 과학기술 경쟁력 우위에 있고, 우수한 전문성을 갖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 정부는 과학영재들을 추적한 연구를 50년에 걸쳐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2016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과학기술 수월성의 답을 다양성(Diversity and Inclusion, D&I) 정책에서 찾고 있다. 2019년 미국의 국가 과학기술 위원회가 제출한 과학기술 교육의 D&I 우수사례 보고서에 의하면 다양한 인종 성별 문화적 배경을 갖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학습환경과 연구 또는 근무환경이 수월성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과학 인재 육성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현실적인 대안과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작년 연말, 초등학생 대상 장래 희망 조사 결과 10위권 내에 과학자는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 2019년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 과학 흥미도는 조사 대상 58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올해 초 과학학술지 Nature는 2023년 주목해야 할 과학 이벤트로 차세대 백신 개발, 달 탐사 기술, 치매치료제 개발, 핵폐기물보관소 건립, 유전자가위 기술,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을 포함했다. 이러한 연구를 주도하는 국가들로는 미국 일본 중국 핀란드 등이 소개되었고 한국은 언급되지 않았다.
올해 말 부울경 지역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우주항공청이 설립될 예정이다. 과감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의 혁신과 과학기술 현장의 문화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키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다양성 정책 수립을 더는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