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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연봉 1억 ‘킹산직’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3-05 19:49:3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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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미국 앨라배마주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차체 공정은 로봇이 처리하고 현지 근로자들은 기계가 할 수 없는 트렁크와 후드 등을 조립하고 품질검사를 했다. 근로자들의 손길이 많이 가는 의장공장 작업은 국내에선 노조 반대로 도입하지 못한 ‘부품 원-키트(One-Kit)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공장 내에서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의자에 앉아 쉬는 근로자는 없었다. 당시 국내 현대차 노조는 주말 특근 거부로 논란이 됐다. 울산공장의 생산성이 앨라배마공장보다 낮은 이유로 강성 노조가 꼽힐 정도였다.

울산공장의 생산성 논란은 여전하다.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는 평균 45대로, 미국 앨라배마공장(68대)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앨라배마공장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노동 유연성 덕이다. 시장 상황과 경영진 판단에 따라 차종별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울산공장에선 차종별 생산량을 노조와 협의해야 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해외에 11개 공장을 짓는 동안 국내엔 공장을 신설하지 않았다. 여러 원인 중 노조도 한몫 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5월 기아 화성공장에 전기차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노조가 생산 규모에 반대하면서 표류 중이다.

현대차가 2023~2024년 생산직 700명을 공개 채용한다고 밝히자 구직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원서접수 첫날인 지난 2일 지원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올핸 400명을 모집하는데 10만 명쯤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직의 왕이라는 ‘킹산직(킹+생산직)’과 ‘현차 고시’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또 채용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대차 생산직이 관심을 받는 까닭은 고임금에 최고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평균 연봉은 9600만 원(2021년)이며, 생산직 초봉도 5000만~6000만 원(성과급 포함) 수준이다. 최강 노조 덕분에 임금 인상과 두둑한 상여금을 챙기는 셈이다.

1970년대 열악했던 생산직 노동 환경이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쳐 노동법규가 강화되면서 크게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불평등한 노동환경에서 고생하는 생산직 근로자가 많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는 생산성 향상 없이 고임금을 받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현대차 생산직 채용 과열 현상이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일깨우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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