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신조선 발주는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을 예상했으나 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시장의 호황에 발맞춰 1월 이미 수주 목표 달성률 20% 이상을 넘기고 있으니 좋은 출발을 보여준다. 올해도 LNG운반선이 70척 이상 발주가 기대되고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도 지속해서 나올 것이기에 1973년 오일쇼크로 인한 대량발주, 2003년 이후의 대체수요에 이어 또다시 노후화된 선박의 교체시기가 도래함으로써 신조선박 발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조선업계의 수주활동은 호조를 보이나 선박건조를 위한 생산인력부족 문제는 긴 시간 누적된 불황과 열악한 작업환경, 높은 업무강도, 불황에 연유한 경영악화 등에 따른 단위시간당 임금 경쟁력 저하 등의 산적한 구조적 문제로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2014년 약 20만 명이던 조선인력이 2015년 하반기 시작된 수주절벽으로 현재는 약 9만7000명이라고 한다. 이미 수주받은 물량을 건조하기 위한 생산직 인력 1만4000명은 올해 말까지는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즉각적인 생산인력을 공급하고자 비자제도를 개선, 외국인력 2000여 명을 조선업 현장에 투입했다. 이는 산업부의 외국인 고용추천 기간과 법무부의 비자심사 소요기간을 대폭 단축해 기존 대비 고용추천부터 비자발급까지의 심사 속도가 매우 빨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지난달 30일 조선업밀집지역인 5개 지역(부산, 울산, 경남 거제, 전남 목포, 전북 군산)에 조선업 현장애로 데스크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제살을 깎아 불황을 견뎌 온 사용자나 개선된 비자심사제도로 멀리 타국 땅에 온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함을 물론, 인력난 외에도 조선산업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로 전달하고 효율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조선산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얼마나 많은 숙련공을 확보하고 있는가가 절대적인 경쟁력이다. 최근 조선 수주가 지속된다고는 하나 저가수주, 원자재 가격 인상, 수주한 선박을 발주자에게 인도할 때 대금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계약 등으로 인한 경영난은 여전하다. 다행히 올해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이미 충분한 일감이 있는 만큼 돈 되는 사업만 수주할 계획이라고 하니 2020년 수주한 선박 인도가 완료되는 2024년부터는 경영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은 임시방편이므로, 이익을 많이 내어 노동자 몫도 키워 누구나 일하고 싶은 일터, 많은 젊은이가 찾아오는 산업현장이 돼야 한다. 현장인력문제를 궁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전문가도 있다. 당분간 수주가 지속될 때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집약적인 조선산업을 다음 불황기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일본 같이 조선산업 명맥만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세계 조선산업 시장에서 중요한 키 플레이어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방향 설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전 세계 조선산업을 주도해 나가려면 어떠한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적정 숙련인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중소조선소 및 기자재기업에서 충분한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는 핵심기자재 및 선박모듈을 생산하고 수출하도록 하는 산업적 전환도 모색해야 한다. 즉 선체는 전 세계 어디에서 만들든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기자재가 탑재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적 체질변화로 우리나라에서 건조하는 척수가 줄어든 만큼 기자재를 더 많은 선박에 공급하도록 고부가가치 첨단기자재 개발과 생산자동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어 전 세계 모든 선박에 K-조선기자재가 탑재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