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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서비스’로서의 모든 것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   입력 : 2023-02-13 19:21:5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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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을 파는 회사가 있다.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 돌파구는 디지털이었다. 프라이팬에 센서와 블루투스 기능을 붙여 디지털 인덕션과 세트로 팔았다. 인덕션은 스마트폰 앱과 연결된다. 앱을 열어 레시피를 고르면 조리 과정이 영상으로 나온다. 영상을 보며 요리를 하면 조리 단계에 맞추어 인덕션 온도가 조절된다. 프라이팬 센서를 통해서다. 스마트폰과 프라이팬, 인덕션이 연동되어 작동하는 거다. 그 과정을 따라만 가면 미슐랭급 요리가 뚝딱이다. 앱에 수록된 레시피 또한 구독료를 받고 판매하니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 프라이팬 회사의 완벽한 변신이다.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의 생생한 사례다.

지금껏 기업들은 제품을 제품으로 팔았다. 이제는 아니다. 물리적 제품을 넘어 제품과 관련된 서비스 및 전문 지식까지 조합하여 입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제품을 서비스로 판매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거다. 이른바 ‘제품의 서비스화(化)’, 서비타이제이션이다.

서비타이제이션이 뜨는 이유? 개인에게 최적화된, 특별하고 편리한 고객경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다. 전체와 집단을 떠받치던 무게중심이 개인과 개별로 옮겨가고 있다. 표준화된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획일화된 제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유다. ‘모두’를 겨냥한 일반적인 ‘제품’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 서비타이제이션은 이런 고객 욕구에 맞춤하는 대안이다.

미쉐린은 타이어와 엔진에 센서를 달았다. 트럭별 연료 소비량, 타이어 압력, 속도, 위치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분석하여 타이어 교체 시기나 운전습관 개선 사항 등을 고객사에 알려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타이어 교체 주기가 15% 늘어났다. 연료 소비 효율도 개선됐다. 고객이 좋아할 수밖에. ‘타이어 제품’이 아니라 ‘타이어 서비스’를 팔았더니 생겨나는 새로운 가치다. “우리는 타이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 업체”라고, 미쉐린이 역설하는 이유다.

복사기(제품)를 만들어 팔던 제록스? 지금은 문서작업 컨설팅(서비스) 기업이다. 복합기와 프린터, 스캐너 등 문서 관련 기기의 수, 문서 출력 분량, 장당 출력비용, 기기 가동률, 사무실 근무 인원 등 고객사의 현황 및 업무 프로세스, 사무실 동선 등을 분석해서 문서 작업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소변을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변기가 공개됐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 행사에서였다. 이 변기는 내부 센서를 통해 소변 성분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질병 감염 여부를 감지하여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이쯤 되면 단순한 변기가 아니다. 개인맞춤형 의료서비스나 진배없다. 서비타이제이션의 마법이다.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된다. 센서가 감지하면 기기가 작동하고, 기기가 작동하면 센서가 감지한다. 사물인터넷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겨나는 방대한 데이터, 빅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니 의미 없는 몸짓에 불과했던 것들이 나에게로 와 어여쁜 꽃이 된다. 디지털에 기반한, 나만을 위한 새로운 고객경험! 서비타이제이션의 핵심가치다.

소프트웨어도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파는 세상이다. 이름하여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구매’해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지금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하여 사용한다. ‘소유’가 아니라 ‘사용’에 기반한 구독형 종량제 방식이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쓰는 만큼만 돈을 내니 고객이 좋아한다. 1회성 거래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람들은 이제 ‘XaaS(Everything as a Service)’를 얘기한다. 서비스로서의 모든 것, 즉 ‘모든 것의 서비스화(化)’다.

십인십색을 넘어 십인백색(十人百色)의 시대다. 제품 기반의 단발성 거래를 넘어 축적 개념의 장기적 고객관계가 중요한 건 그래서다. 해답은 ‘개인맞춤형 서비스’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을 서비스화(化)할 수 있을까?” 디지털대전환 시대, 기업들이 천착해야 할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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