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시대’에 서민경제는 말할 것 없고 기업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도 경제는 조금 버티면 나아질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도 있지만,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갈수록 절망만 쌓여가고 있다.
1970년 전후 출생인구가 100만 명 내외인데, 지금 출생인구는 25만 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50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학령인구의 감소는 2023년 대학 입시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대학에서는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수시입시에서 지역대학은 18.6%의 미충원율을 기록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3%에 비하면 6배 높은 수치이다. 2024년 입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정원은 47만 명 정도인데,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은 37만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충원율 사태가 역대 최악을 보일 것 같다.
요즘 대학의 재정 형편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초중고에 비하면 참혹하다. 인근 중학교를 2년간 살펴보니 체육관을 짓는다고 공사가 한창이더니, 준공되자마자 운동장과 스탠드를 다 뜯어내어 공사를 한다. 얼마 안 있어 석면 제거작업을 한다고 분주하다. 대학으로서는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대학교육 예산이 초중고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적절하다. 지역대학교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2025년까지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특화 분야를 갖춘 ‘글로컬 대학’ 30곳을 지정해 학교당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지방거점 국립대학은 서울 명문대학에 버금가는 입시 결과를 냈다. 그러나 지금은 ‘인 서울’이 ‘서울대학교’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학생에 대한 교육 연구 인프라 취업률 등에 있는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가.
흔히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면 학생들이 몰려오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생들의 취·창업 능력이 높아지고, 졸업하면 지역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직업을 선택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져도 ‘인 서울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특정 대학이 탁월한 투자와 교육을 하여 학생을 모으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졸업하고 나면 취업은 도로 ‘인 서울’이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결국 대학보다는 ‘지역’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도심에서 떨어진 공단이나 항만지역에서 고연봉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알바를 하더라도 서울 강남에서 일하겠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아무리 대학이 좋아져도, 경쟁력이 높아져도, 투자를 많이 해도 이제는 대학정책으로서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입학생과 졸업생은 모두 놀기 좋고, 사람 만나기 좋은, 나아가 집값도 좀 오를 것 같은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결국 대학의 근본적 경쟁력은 위치하는 ‘지역’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주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지역 살리기’가 없이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시도지사에게 떠넘기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구소멸 시대에 지역 살리기가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와 균형발전정책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길항작용(antagonism)을 내는 것 같다. 현재 균형발전정책은 도토리 키재기식 정책이다. 이렇게 해서는 수백조 원을 쏟아부어도 지방의 발전은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정책보다 ‘불균형적’ 균형발전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부산 등 특정 소수 도시를 중점적으로 성장시켜 구심력을 키우고, 이어서 ‘스필오버’해서 인근 도시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프랙탈처럼 큰 구조를 만들고 이어서 작은 구조들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직관적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지방자치가 서울 등을 제외한 지방소멸의 한 원인일 수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도가 있는 한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영원히 계속될 듯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상위개념인 지방자치제도는 서울도 지방, 부산 대구 광주 대전도 모두 지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서울에 좋은 일자리, 양질의 교육, 보건의료와 생활편의시설을 위한 정책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시장·도지사에 밀린다는 보장이 없다.
지방소멸 인구소멸 대학소멸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효율적 대안을 내놓기보다 총체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탄력적이고 적응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