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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부산독립운동공원 건립’ 관심 필요한 이유

의열단 투쟁·조선어학회, 지역 인사들 핵심적 간여

기념공원 외화내빈 없게 전문가 양성·콘텐츠 필요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

  •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
  •  |   입력 : 2023-02-01 19:28:0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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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들어 독립운동에 관한 기념사업이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거나 실행에 옮겨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지자체의 역할’이란 이름의 토론회도 그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토론회는 서울시와 관련된 독립운동 사건이나 인물의 기념사업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부산시에서도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서 이 행사를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내가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독립운동사 연구자와 서울시 의회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시 역내 독립운동 사적지와 관련 콘텐츠에 관한 토론 내용을 담은 자료집을 살펴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독립운동 기념사업은 총괄적으로는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독립운동의 현장성이나 독립운동가들의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하면 지자체 역할 또한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라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이를 지역 발전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한 실천 활동의 하나로 진작부터 여러 지역에서 지자체 주도의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이나 독립운동사연구소 설립 등과 같은 독립운동 기념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독립운동 기념사업을 되돌아보면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시적인 효과에만 치중하거나 임기응변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나머지 사업 성과로 내놓은 전시의 구성과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충실하지 못해 이른바 ‘외화내빈’으로 귀착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는 독립운동 기념사업이 독립운동의 지역적 배경이나 특성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검토 없이 개별 독립운동가들의 현창사업에만 치우쳐 생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일제 침략기 한국의 독립운동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할 때는 일제강점기의 지방제도가 오늘날의 행정구획과 달랐다는 점과 함께 지역마다 상이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민족운동이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은 한반도의 자연지리적 조건과 지정학적 조건이 지역별로 상이한 데서 비롯된다. 남부와 북부, 도시와 농촌, 그리고 중앙과의 거리 등 각 지역의 사회 경제적 조건의 차이가 민족운동 또는 독립운동의 양식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각 지역 민족운동은 그 지역 문화적 정체성과 매우 밀접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일강제병합 직전 한말 의병들의 항쟁은 주로 농업이 발달한 삼남지방에서 크게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기호 일부 지역과 경북, 호남 등지에서 의병투쟁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에 비해서 호남과 인접한 서부지역을 제외하면 경상남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의병투쟁이 약했다. 반면에 부산과 마산 등 2개의 개항장 도시가 인접해 있었던 경남지역에서는 신식학교 설립운동이나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계몽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한말 민족운동의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일제강점기에까지 이어져 3·1운동은 물론 이후 독립운동의 전개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부산은 개항 이후 경남지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하면서 1920년대 들어 경상남도의 도청소재지이기도 했다. 의열단 투쟁으로 시작하여 조선의용대 창설과 한국광복군으로 이어지는 중국 관내 독립운동에서 부산과 경남지역 인사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또 만주지역에서의 대종교 운동과 조선어학회사건 등에도 부산과 경남지역 인사들이 핵심적으로 간여했다. 이처럼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 인사들의 독립운동 네트워크는 부산지역 독립운동 기념사업의 추진 과정 깊이 천착해야 할 핵심적 과제이다.

현재 부산시의 독립운동 기념사업은 타지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형편이다. 시민사회나 민간이 주관하는 개별적 기념사업 외에는 부산시 당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립운동 기념사업은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다. 뒤늦게나마 부산시 주도의 독립운동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시가 발주한 (가칭)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에 관한 연구용역사업도 마무리되었고, 공원 조성을 위한 부지 선정도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외관에만 치중한 기념사업보다는 기념시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연구인력의 양성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 개발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이 사업에 대한 시민 홍보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이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 또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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