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무엇을 주입 받아 자랐는지 돌아볼 때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학생

  •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학생
  •  |   입력 : 2023-01-29 19:53:4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서울 애들은 벌써 고등학교 수학을 다 끝내고 그걸 한 번 더 공부하고 있다던데, 너희는…….”, 서울 애들은 어디까지 공부했다더라, 서울 애들은 어떻게 하고 있다더라. 평택시의 읍(더 어릴 때는 면이었다), 리 단위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가끔씩 들었던 말이다. 학원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까지도 그런 말을 했다. 서울 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면, 혹은 서울에 있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도시 안에서도 시내와 상대적으로 시골인 우리 동네와의 비교가 있었다. 한 학교 안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부모님, 이웃 어른, 선생님, 친구들 등 수많은 주변인들의 칭찬과 지지를 더 받았다.

문제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 훗날 서울에 가지도 못하고 성적이나 업무에서 뒤처질 때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는 성적에서 나온다는 사고방식이 주입된 것이다.

본인이 도달하지 못한 곳(서울, 더 높은 성적)과 자신이 있는 곳을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낀다. 다른 곳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한다.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으로 비교의식과 패배감이 주입된 것이다.

한 예로 내가 그랬다. 대학에 와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성적이 좋아야만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그렇질 못해 당혹감이 들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것도 모르냐, 그것밖에 못 하냐는 식으로 나를 대하던 학우나 교수님이 계셨다. 그럼 내가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대우가 피드백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패배감과 주눅만 더 들게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때 틀에서 나오게 된 것 같다. 이전까지는 성취도가 낮은 사람을 보면 정말로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대학 입학 후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사람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갖게 되었다.

나의 경우 주변인들이 범죄를 당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악화되었고, 큰돈을 잃거나 믿음을 배신당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일들에 너무나 신경이 쓰였고 학업에도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면서 다른 이들을 평면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기도 했다. 공부나 일을 상대적으로 못 하는 사람을 볼 때 해내도록 다그쳐야 할, 혹은 배제해야 할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정이 있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

또한 명예로운 후퇴가 필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답답할 때, 한심하게 느껴질 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마저 자기를 못났다고 공격할 때 명예로운 후퇴가 필요하다. 너 정말 못하고 있어, 라고 말하지 않고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것을 했고 너 자신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패배감에 매몰되어 의욕을 잃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것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했다. 한발 물러났지만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명예로운 후퇴이다.

저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고 타고난 기질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런 것은 고려되지 않고 쉽게 패배감에 매몰되게 한다. 한정된 몇 가지 기준만을 생각하며 서로를 비교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과 비교를 한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투명인간이 되는 학생들이 있어 왔다. 또 업무 중 출산을 위해 한 발 물러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겨왔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다른 이에게 ‘국평오(국민 평균이 수능 5등급이라는 뜻)’라는 말을 쓰며 한 사람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국민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린다.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주입 받으며 자라났나. 승리와 패배의 선 가르기, 패배자를 배척하는 것, 한 방향으로 달리지 못하면 패배감을 느끼는 것을 주입 받아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4. 4‘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5. 5“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9. 9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10. 10[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0. 10“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6. 6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7. 7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8. 8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9. 9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