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주소가 디지털을 만나면?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   입력 : 2023-01-16 20:16:3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30대 직장인 A.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무선조종 자동차는 스트레스 해소의 탈출구다. 하지만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의 무선조종 자동차. 아내의 잔소리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 아내가 여행을 간 날로 배송일자를 맞추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한 고육지책. 그런데, 이런. 배송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출근한 A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던 그때, 사무실로 아내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내의 날 선 목소리. 맙소사, 들켰다.

문제는 단순하다. 주소가 원인이다. ‘거주장소’로서의 주소와 ‘수령장소’로서의 주소가 분리되지 않아 생긴 비극이다. 주소는 ‘사는’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주소는 물건이나 음식을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의미와 용도가 다른 두 가지 개념이 하나의 주소에 묶여 있다. 주소의 해상도가 낮아 생기는 사용자의 불편이다.

해상도는 화면에서 그림이나 글씨가 어느 정도 정밀하게 표현되는지를 나타내는 단어다. 보통 1인치 안에 들어있는 화소의 수로 표현한다. 해상도가 높으면, 라이언킹의 탐스러운 갈기 한 올 한 올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상도가 낮으면, 돋보기를 쓰시는 할아버지의 노안을 대학생 손자도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해상도가 있다. 많은 단어를 아는 사람은 적은 단어를 아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개념과 현상을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다. 언어 해상도의 차이다. 모든 언어를 다 갖다 쓰더라도 묘사할 수 없는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도 있다. 언어의 해상도가 생각이나 감정의 해상도보다 떨어져서다.

주소도 마찬가지다. 지금 쓰는 주소는 해상도가 낮다. 사는 곳 정도만 식별하는 수준이다. 그랬던 주소가 인공지능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디지털 개념들을 만난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 불리는 이런 변화는 주소 해상도 제고의 원인이자 결과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니 주소의 해상도가 올라가고, 주소의 해상도가 높아지니 새로운 기술들이 연이어 나온다. 서로의 촉매로서 서로의 발전을 견인한다. 결국 주소는 이 모든 기술들을 우리의 삶과 이어주는 열쇠값인 셈. 미래기술과 미래사회, 미래산업의 핵심인프라로서 주소의 역할이 무척이나 크고 중요하단 얘기다.

주소 해상도가 높아지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내가 ‘사는’ 곳이라는 주소 개념이 내가 ‘있는’ 곳이라는 위치 개념으로 잘게 쪼개진다. 내가 있는 현재 나의 위치가 나의 주소가 되는 거다. 그러니 20층 건물의 7층 가장자리 구매팀에 있는 내게, 배달 로봇이 정확하게 샌드위치를 갖다준다.

사물 하나하나도 저마다의 위치를 주소로 갖게 된다. 길거리의 전신주와 가로등, 전기차 충전소의 개별 충전기가 각자의 주소를 가지면 우리 삶은 다른 차원이 된다. 수집과 분석,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물류의 세부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디지털화된 주소에 콘텐츠가 붙으면 주소는 콘텐츠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석굴암의 주소는 ‘경주시 석굴로 238’이다. 그 정보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디지털주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석굴암 관련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심어놓을 수 있으니 주소의 효용은 한껏 올라간다.

메타버스도 있다. 내 아바타가 디지털현실 속 서울 명동을 거닐다 맘에 드는 옷가게를 발견하곤 바지를 한 벌 산다. 메타버스 상점에서 산 옷이 현실세계의 내게 배송된다. 반품도 다를 바 없다. 메타버스 속 그 옷가게 주소로 반품하면 된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요즘, 두 개의 세상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요소 또한 주소다.

사물주소, 시간주소, 증강주소 등 주소와 관련한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진다. 디지털에 기반한 주소 체계 고도화 덕분이다.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주소와도 이어지니 주소는 이제 눈이 쨍~할 정도의, 극강의 해상도를 갖게 되는 셈이다.

초고해상도의 주소가 빚어낼 새로운 미래가 코 앞이다. 물론 주소 혼자서 바꿀 수 있는 미래는 아니다. 주소에 디지털이 접목됨으로써 빚어질 미래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 주소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만만히 볼 주소가 아니다. 주소, 미래사회의 경쟁력이자 핵심 인프라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9. 9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