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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신경조절술, 변실금에 적용되기까지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   입력 : 2023-01-16 19:58:1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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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조절은 전기자극 등을 통해 신체 특정부위에 최적화된 신호를 주어 신경의 긍정적인 활동 변화로 통증이나 기능 부전 등 신체 부위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이다.

그림= 서상균 기자
15세기, 로마의 스크리보니우스는 전기물고기와 접촉한 통풍환자의 통증이 호전되는 것을 관찰했다. 전기로 통증을 해결하려 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이다. 스쳐 가는 순간의 현상도 놓치지 않는 과학자의 통찰력은 곧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다.

18세기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거나 세기를 조절하게 되면서 전기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임을 입증하거나 전기자극으로 근육이 수축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갈바니는 전기를 통과시켜 죽은 개구리 다리를 움직이게 한 실험으로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또한 시체 조각을 꿰맨 후 전기충격으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탄생시킨 18세 젊은 작가 메리 셸리는 과학 이론을 공상 스토리로 풀어낸 상상력 풍부한 천재였다.

전기를 이용한 신경조절 역사는 1960년대 멜작과 월이 통증관문조절이론을 발표하면서 더욱 발전했다. 연구자들은 척수자극이 만성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고 척수 후각에 통증관문이 있음을 찾아내거나 대뇌의 시상과 피질로 연결되는 경로를 발견했다. 1974년 통증 치료법으로 지주막하 공간 외부에 전극을 이식해 척수 압박이나 뇌척수 액에 부작용을 줄인 저침습 자극이 개발됐다. 네덜란드 신경생리학자 얀 홀샤이머는 컴퓨터로 프로그램 최적화를 이루어 다중검색을 통해 척추 및 뇌의 표적에 대한 전기장 자극의 배치와 설계를 개선, 시술 결과를 향상시켰다.

신경조절은 통증치료에 국한되지 않았고 간질, 파킨슨병, 허혈성말초혈관질환, 우울증이나 약물중독, 청각장애나 외상 뇌손상, 심혈관 질환이나 위장장애는 물론 요실금 변실금 같은 골반저질환의 치료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1980년대 시작해서 요실금 환자에서 성공적인 증상 개선을 보장하던 천수신경조절은 1990년대 변실금 치료에도 좋은 결과를 보고했다.

몇 해 전, 필자는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을 방문해서 천수신경조절 연수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분위기는 뜨거웠고 국제실금학회 가이드라인에는 약물이나 보존치료에 듣지 않는 요실금 변실금 환자에 천수신경조절을 일차적 치료 방법으로 권장하는 추세였다. 일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의료행위에서 발생 가능한 오차 범위로 인식됐다.

한국에서 천수신경조절술은 2006년 절박요실금 치료의 수술로 급여 고시돼 대학병원의 여러 의사가 앞다투어 시술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도입 과정에 준비가 미흡했다. 통상 6명이 참여해 두 번에 걸쳐 몇 시간씩 수술하고 의사들은 수고의 대가로 약 7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심평원에서 규정미비를 이유로 이 시술을 대량 불인정해 버렸다. 의사들은 1000만 원이 넘는 기곗값을 고스란히 물어줬다. 큰 손해에 화들짝 놀란 의사들은 망연자실했다.

변실금 분야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2015년 변실금 치료로 국내에 급여 고시된 이후 여러 대학병원 의사가 뛰어들었으나 난관에 부딪혀 모두 포기했다. 수술에 대한 행위수가는 미국의 3% 정도, 유럽의 5~8%이다. 천수신경술이 도입되는 시기에 수가 결정에 관여한 의료기업체, 급여결정권자들의 합작 결과다. 이 수술은 한 번 시술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환자 교육, 상담, 프로그램 조절까지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의료행위여서 더 큰 보상이 요구된다.

긴 역사를 거쳐 서구에서 안착한 천수신경조절술을 현재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하는 의사는 필자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술을 멈추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절망에 빠진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광경을 수 차례 목격했다. 또한 다른 환자들이 이 시술의 혜택으로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해방되는 감동의 순간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나도 몰래 누군가 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짐을 스스로 어깨에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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