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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BNK회장의 자격

3명의 CEO 임기 못 채워 관치금융 논란 촉발시켜

후보 서류심사 6명 통과…지역경제 혈맥 역할 막중, 경영 능력·도덕성 갖춰야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1-09 19:56:5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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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금융담당 기자로 일할 때다. 2011년 5월 출범한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가 BS금융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이로써 석 달만에 산하 부산은행, 캐피탈, 신용정보, 정보시스템 등 5개 자회사 대표 인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기자는 5개 자회사 중 4곳의 대표가 이장호 당시 회장 동문인 부산상고(현 개성고)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후 여러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BS금융 측은 사내에 부산상고 출신이 많아 실력 위주로 선임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부산상고 출신이 아닌 직원들은 그동안 섭섭했는데 적절한 지적이라고 했다.

이 전 회장은 온화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다. 지방은행 최초로 금융지주사를 출범시켜 부산은행의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웠다. 하지만 그는 2013년 6월 임기를 9개월가량 남겨 둔 채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당국이 정기검사 후 이 전 회장의 장기 집권, 부산상고 출신 임원이 많은 것 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후 배정고, 동아대학교 출신인 성세환 전 회장이 취임해 사명을 BNK금융지주로 바꿨다. 그도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임기를 채우기 못했다. 당시 금융당국의 외압으로 두 회장이 나란히 물러났다며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외부 출신인 김지완 전 회장이 선출됐으나 그도 아들이 재직 중인 한양증권에 BNK금융 계열사 채권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연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BNK금융을 보며 부산시민으로서 안타깝다. 그들의 도덕성 문제는 비난받아 마땅하나 금융감독원의 먼지털이식 감사나 정치적 의도가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회장이 사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금융권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를 거쳐 대통령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맡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코앞에 두고 ‘용퇴’를 결정한 것도 정부 외압설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김 전 BNK 회장이 물러나면서 후임 CEO에 금융권과 지역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라는 말부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시끄럽다. 결국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들은 6명이다. BNK 출신 후보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다. 외부인사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김윤모 노틱인베스먼트 부회장이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BNK금융에 외부 출신 회장이 취임한 배경으로 고질적인 ‘학교 파벌’ 문제를 꼽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노조에서는 내부 출신인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시중은행이나 대기업에서도 고등학교, 대학 파벌이 있는 데 그것은 정부가 왜 관여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더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레면 BNK금융 회장 후보 6명이 임추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영계획발표(PT)를 하고 면접 평가를 받는다. 부산은행 노조는 “지역경제를 잘 알고 당면한 경제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인물이 되어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 반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BNK금융 회장은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 지역 금융사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시킬 경영능력과 결단력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BNK금융은 부산 울산 경남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이다. 지역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고 분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BNK금융 성장 배경에는 부산 시민과 경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금리나 금융서비스가 시민 기대에 못 미칠 때가 있다. 가뜩이나 영업점이 줄어든 데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평일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 영업시간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는 부산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중은행도 도입하지 않은 점심시간 휴무제를 1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사회공헌 활동도 필요하나 지역 소비자를 위한 금융서비스 강화도 고민해야 한다. 또 시중은행의 지방영업 강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지방은행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새로 선출되는 BNK 회장은 지역사회 밀착경영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도덕성과 정의감, 고객에 대한 애정이 회장 선임의 주요 지표가 돼야 함은 마땅하다. 공정한 절차로 실력을 갖춘 회장이 선출되길 바란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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