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황님.” “(교황직에) 적응 중입니다. 교황님.”
2022년 마지막 날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이야기를 다룬 앤서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주연의 영화 ‘두 교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즉위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퇴 뒤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지내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예방한 자리에서 서로는 이렇게 말을 건네며 격려한다.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가톨릭 역사 598년 만에 자진 사임해 두 교황 체제를 만든 당사자다. 전직과 현직의 기묘한 공존 체제는 베네딕토 16세의 장례미사가 지난 5일 치러지면서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베네딕토 16세는 건강 문제로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선언해 당시 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재임 기간 사제 성추문이 폭로되고, 수행비서가 교황청 내 부패와 권력투쟁을 보여주는 내부 편지·문서를 유출하는 등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스스로 더는 교황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면도 있을 듯하다.
더 놀라운 건 후임을 ‘반대파’로 밀었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졌듯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와 신학은 물론 낙태 동성애 등 사회 현안에서 보수·전통적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반면 프란치스코는 진보 성향의 개혁파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도 ‘변화’ ‘타협’이라는 단어로 둘은 언쟁한다. 사제독신제 전통을 깨는 문제 등을 두고 프란치스코는 “교회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그건 타협”이라고 일축한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선출될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프란치스코였다. 각각 보수파와 진보파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보니 콘클라베(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 모임) 때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를 은근히 견제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재임 시에도 자신의 보수적 정책 태도를 반대하는 프란치스코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품는다. 사제직 은퇴를 원하는 프란치스코를 만류하고, 그의 아픈 과거(1976년 아르헨티나 쿠데타 당시 예수회를 지키기 위해 군부독재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아 비판받은 점)를 “우리는 모두 인간일 뿐”이라며 용서한다. 그리고 후임으로 지지해 타협이 아닌 변화로 받아들인다.
견해가 상반되더라도 인정, 소통하면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한 점은 분명 두 교황 체제가 남긴 값진 교훈이다. 두 정신적 지주가 보여준 가르침은 양 극단에 서서 ‘쳐내기’에 바쁜 지금 우리 정치·사회에도 매우 유용하다.
이선정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