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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편 가르기’ 이분법 사고방식 털어내자

21세기 대한민국의 위상 밑거름 된 20세기 주역들

생각 다른 쪽엔 배척 대신 발전 경쟁하는 의식세계, 널리 확산하는 역할 할 때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1-02 18:58:0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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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가 흥미롭다. 각국의 군사·경제·외교력 등을 합산해 매년 발표하는 순위다. 1~5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올랐다. 대한민국이 6위로 뒤를 이었다. 프랑스(7위)와 일본(8위)보다 앞자리인 한국에 대해 USNWR는 “1960년대 이후 꾸준한 성장과 빈곤 감소를 경험했으며 현재는 전체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내용이 새삼 떠오른다. 3년마다 진행하는 조사다. 89.1%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응답했으며, 90.4%는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곳이다’고 했다. ‘한국 전통문화가 우수하다’(95.1%), ‘한국 대중문화가 우수하다’(96.6%) 등 국민의 의식 속에는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다. 격동의 시대에 온갖 풍파를 헤쳐 온 20세기 주역들이 일군 성과가 밑거름이 돼 21세기에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상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5161만여 명. 1960년대생(16.7%)이 가장 많다. 이어 1970년대생(16.2%) 1980년대생(13.7%) 1990년대생(13.7%) 1950년대생(12.0%) 순이다. 21세기에 태어난 10대는 9.01%를 차지하고, 10세 미만은 7.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은 20세기를 경험한 셈이다. 190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시대마다 주어진 소명에 충실했다. 1950년대에는 나라 구하기가 절실했다. 196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사람들은 사회를 바로 세우고 일자리와 먹거리를 풍족하게 했다. 다음 세대가 그 결실을 누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1968년 이후 1970년대 태어난 X세대(X-generation)는 경제 호황 속에 주위 눈치 보지 않는 시절을 맞았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익숙한 1980년대 초반 출생의 M세대( M-generation)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Z세대(Generation Z)는 21세기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MZ세대다. 그리고 알파세대(Alpha generation)가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은 완벽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한다.

다음 세대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지난 시절의 당대 시대 문제와 어려움 극복 과정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는 것은 필요하다. 가난 극복의 도전정신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신념 등은 소중하다. 역사 속으로 밀어넣어야 할 유산도 있다. 맹목적 ‘편 가르기’가 대표적이다. 20세기에는 지역 갈등이 불러온 ‘편 가르기’가 심각했다. 태어난 곳이 다른 상대를 배척했고, ‘이 쪽, 저 쪽’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 사회적으로 지역 갈등 극복에 나서 세기가 바뀌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이다.

요즘 다른 유형의 ‘편 가르기’가 판을 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에만 관심 두는 맹목적 ‘편 가르기’다. 쏟아지는 온갖 이야기도 팩트와 진실 전달보다는 ‘내 편’ 입맛에 맞춘 내용에 치중해 가공하기 일쑤다. 이른바 ‘진영 갈등’에 따른 프레임 싸움이 부른 결과다. 각종 사회 문제나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분열과 증오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골이 더 깊어지면 국민 통합과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룬 세계 속의 높은 위상이 뒤처질까 걱정이다. 목표 달성이 중요했던 20세기 주역들의 머리에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 의식이 잠재해 있다면 이젠 털어버릴 일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 아닌가.

이런저런 형태의 ‘편 가르기’는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조건이나 상황을 생각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채 ‘다른 편’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사고방식은 문제다.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언제나 ‘내 편’만 감싸겠다는 식이다. 다행히 잘잘못을 분명히 구분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통용되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아 희망적이다. MZ세대는 공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새해엔 맹목적 ‘편 가르기’에 찌든 사람을 준엄히 꾸짖는 다수의 목소리가 쏟아졌으면 한다. 21세기 주역들은 의견이나 생각이 달라도 상대와 발전적으로 경쟁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할 것이다.

‘내 편’이라도 명백한 잘못에는 엄정하고, ‘다른 편’이 잘한 것은 인정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잘한 것의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세상이 온다면 더 좋다. 물론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게다. 올해는 베이비 붐 세대의 상징이었던 ‘58 개띠’ 출생자들이 어느 덧 노인층에 진입하게 된다. 언젠가는 물러날 20세기 주역들이 감당할 21세기 시대 소명일 수도 있겠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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