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과학기술 분야가 의제로 꼽힌 것은 다보스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다. 1차(기계화)· 2차(전기화)· 3차(컴퓨터화)를 거쳐 4차 산업혁명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화다. 인류의 모든 영역을 자동화 첨단화 스마트화로 변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항만·공항을 비롯한 국제물류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수단을 도입할 기회를 맞았다. 동시에 ESG 경영 의무화와 각국의 세계화 전략 수정, 코로나19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물동량 증가율이 감소할 위협에 노출됐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도 전년 대비 59만6000TEU(2.6%) 감소해 2211만TEU를 처리했다. 수출입화물 12만3000TEU(1.2%)와 환적화물 47만3000TEU(3.9%)가 줄어든 것이다.
올해 부산항은 전년보다 20만2000TEU(0.9%) 많은 2231만2000TEU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및 경기침체(소비 둔화) 같은 감소요인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일본 화주의 부산항 환적 물량 증대 예상 등 증가요인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국제물류환경이 격동하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는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항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항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유럽 관문 항만인 로테르담항의 로테르담항만공사는 로테르담시와 협력해 항만의 혁신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해양산업 혁신 허브의 역할, 모든 시설 및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혁신전략으로 채택했다. 두드러진 것은 로테르담 항구를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항구로 만들고자 로테르담물류연구소(Rotterdam Logistics Lab)를 설립해 공급망 가시성 확보, 열차 추적 등을 도입하고 로테르담항을 중심으로 한 공유데이터 생태계를 조성, 안전 환경 효율을 동시에 지향한다.
싱가포르항만은 해사항만청(MPA)이 차세대 항만의 생태계 기반을 구축하고 연구개발 역량 강화 및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한다. 이것은 싱가포르항만이 국제해상물류의 글로벌 거점항만으로 입지를 굳히고 역동적인 혁신생태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도약을 제시한 것으로 해사혁신 생태계, 혁신실험 테스트베드, 공유교육 플랫폼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혁신실험 테스트베드는 싱가포르항만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법을 도출하고자 기술개발과 솔루션 테스트, 검증을 위한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제공한다. 공유교육 플랫폼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해양산업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해양산업의 관심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혁신실험 테스트베드와 공유교육 플랫폼은 부산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항만의 스마트항만 전략을 수립한 ‘일본항 2030’과 ▷중국 항만 발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스마트항만 촉진을 위한 ‘중국 교통운수 정보화 13.5’ ▷미국 롱비치항의 운영 우수성과 환경 분야의 글로벌 리더항만 전략을 위한 ‘클리어 에어 액션 플랜’ ▷뉴욕·뉴저지항의 기후변화와 선박 대형화에 대응하기 위한 ‘항구 마스터 플랜 2050’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토대를 둔 스마트항만 전략은 30년을 내다본 국가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도 2020년 11월 17일 항만을 중심으로 한 국가발전의 비전과 전략을 담아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스마트항만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연간 물동량 19억6000만t, 생산 유발 83조 원, 부가가치 유발 28조 원, 일자리 55만 개 창출이라는 정책목표와 디지털화, 항만 기능의 전략적 다양화, 환경과 안전, 지역상생 등 추진전략을 담았다. 새해에는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돼 부산항이 표준적인 스마트항만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